내용요약 국조특위 행안부·용산구 현장조사
유족 "유감이란 한마디도 안 한다" 항의
23일 오전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국조특위 현장조사를 마치고 나가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항의하고 있다. /김호진 기자
23일 오전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국조특위 현장조사를 마치고 나가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항의하고 있다. /김호진 기자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중대본의 역할은 뭐냐?”, “우린 보이지도 않느냐”, “입만 열면 ‘모른다’는 소리가 자연스럽다”

23일 오전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의 행정안전부 현장조사를 지켜보던 유족들이 이상민(57) 행안부 장관을 향해 소리쳤다. 이날 “왜 중대본(이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이 늦었냐”라는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의에 이상민 장관은 “잘 모르겠다. 시스템이 문제인 것 같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다”등의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진선미(55)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유족들을 만나봤냐”라고 묻자,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당시) 다치신 분들은 만나 뵀다. 유족분들을 만나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으나, 유족들이 만나는 데에 부담을 느끼셔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 유족이 “여기 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교흥(62) 같은 당 의원은 “참사가 났을 때 곧바로 중대본을 꾸렸어야 했는데, 대통령 지시에 의해서 중대본이 꾸려졌다. 장관님이 (참사를) 알자마자 중대본을 빨리 꾸렸어야 했다”라고 꼬집자, 이 장관은 “자연 재난과 같이 다가올 것이 예상이 된다든가, 재난이 진행되고 있으면 중대본의 신속한 소집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이태원 참사와 같이 일회성으로 이미 재난이 종료되고 사고 수습 단계에 있을 때는 중대본은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158명이 사망했다. 그게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냐. 사과하셔야 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고, 이 장관은 “이런 경우엔 긴급 구조 통제단장인 소방서장이 현장을 지휘하면서 응급조치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중대본은 사망자 확인, 이분들에 대한 보상, 추모 공간 마련 등의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영환(34) 민주당 의원은 “인명 피해가 매우 큰 대규모 재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총괄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 중대본이다. (보고받은 즉시) 가동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라고 묻자 이 장관은 "중대본 성격을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촌각을 다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 빨리 되면 좋겠지만 현장 지휘관으로 활동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같은당 조응천(60) 의원은 “문자로 알게 된 게 '심정지 30명 추정. 현재 응급조치 중'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게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드나”라면서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 전파하고 관리하고 복구, 조치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는 ‘여기 인력 좀 와라. 이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 애 어디 있냐’고 묻는 유가족 대응 등 한마디로 교통정리해줄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럼 거기에 최소한 방역관리, 인파관리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칠승(57)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 장관은 "사실 저는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해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로 재난 관리 시스템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 장관 방어에 나섰다. 이만희(59) 의원은 “중대본 구성이 늦은 게 아니다. 이 장관이 얘기한 현장에서의 구조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며 “재난안전통신망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보니 기관과 기관 간의 통신망 구성을 미처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런 부분은 평상 시 훨씬 더 많은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말했다.

전주혜(56) 의원은 “이 자리는 진상규명을 위한 자리다. 정치적 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어떤 법적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안타까웠던 게 112신고가 집중됐는데, 112신고는 경찰이 하는 것 아닌가. 최초 신고가 오후 6시34분 이뤄졌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이뤄졌지만 신고 이후에는 어떤 보고체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112신고가 행안부와 연계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119신고 이후에는 국가 시스템이 나름대로 빨리 작동했다고 본다. 112신고 시스템에 행안부와 연계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다”라고 했다.

오전 행안부 현장조사가 마무리된 뒤 유족들은 인사 없이 나가는 이 장관을 향해 “(우리를) 모르는 척하고, 어떻게 눈길 한 번 안주고 그냥 나가. 무시하는 건가”라면서 “인간이 아닌 줄은 알지만 난독증까지 있고, 입만 열면 모른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 모르는 게 자랑인가. 모르면 지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나오든가. ‘몰라’가 자랑인 줄 아네. 유감이라는 말 한마디를 안 하네”라고 날을 세웠다.

오후 용산구청 현장조사에서도 유족들의 분노와 항의는 계속됐다. 용산구의 안일한 현장 대응과 사후 처리 등 회피성 발언에 대해 질타했다.

먼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고, 당시 당직사령과 재난안전과장 역시 불출석했다. 이에 대해 유승재 부구청장은 “(당직사령은) 그날의 충격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재난안전과장은 구속영장으로 심신이 힘들어서”라고 말하자, 여야 의원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 여기 유족들이 와 계신데 어디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느냐”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유가족들은 현장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는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의 답변에 “너무 어이가 없다. 우리 아들이 몇 시까지 살아있었는 줄 아느냐. 당신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 한숨을 내쉬었다.

23일 서울 용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현장조사가 열리고 있다. /김호진 기자
23일 서울 용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현장조사가 열리고 있다. /김호진 기자

우상호(60) 국조특위 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예측의 실패’라고 표현을 하시는데, 이는 자책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회피의 발언이 될 수 있다. 행정적, 정책적으로 예방에 실패한 것이다”라며 “(사건 당시) 10만 명이 모였는데 경찰도 문제지만 어떻게 구청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공무원이 현장을 지키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한편, 2차 현장조사 직후 국조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신현영(42) 민주당 의원 등 ‘닥터카 탑승 의혹’ 관계자들에 대한 국조특위 청문회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여간 간사인 이 의원은 “1분 1초가 급박했을 구조활동을 사실상 방해하고 국회의원 신분을 활용해 참사 현장에서 갑질을 했다는 국민의 의혹에 대해 신 의원이 대답해야 할 때다”라고 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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