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 /AP 연합뉴스
노박 조코비치.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스포츠계에서도 '백신 패스'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호주 연방 법원이 16일 심리를 열고 호주 정부가 취소한 입국 비자를 재발급해달라는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 측의 요구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의 호주 오픈 출전은 무산됐다. 호주오픈이 17일 개막한 가운데 조코비치의 메이저 대회 최다 21회 우승 신기록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그의 호주오픈 4연패 역시 물건너갔다.

앞서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가 입국한 다음 날인 이달 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입국 비자를 취소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완치돼 백신 접종이 면제되는 대상이라고 주장하면서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0일 승소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14일 이민부 장관 직권으로 그의 입국 비자를 다시 취소했다. 조코비치는 또다시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비자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호주에서 쫓겨나게 됐다. 호주 현행법상 비자 취소 조치로 추방되면 향후 3년간 호주 입국이 금지된다. 조코비치가 앞으로 3년간 호주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카이리 어빙. /AFP 연합뉴스
카이리 어빙. /AFP 연합뉴스

백신 접종을 거부해 불이익을 받은 스포츠 스타는 조코비치뿐만이 아니다. 미국 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의 주전 가드 카이리 어빙(30·미국)도 백신 반대파 중 한 명이다. 브루클린 네츠 연고지인 뉴욕 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만 체육관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브루클린은 어빙을 원정 경기에만 출전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가 모든 경기에 뛸 수 있을 때까지 전력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팀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자 어쩔 수 없이 어빙을 원정 경기에만 기용하기로 했다. 어빙은 연봉 삭감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신 미접종을 고수하고 있다. 올 시즌 뉴욕 주와 같은 규정이 적용되는 토론토 랩터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뉴욕 닉스과 원정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미국프로풋볼(NFL)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에런 로저스(39·미국)도 대표적인 ‘안티 백서(Anti-vaxxer·백신반대론자)’다.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백신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불특정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나는 대체 치료로 면역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9년간 로저스를 후원하던 의료 관련 기업 프레비아 헬스는 계약을 끊었다.

'백신 패스'는 스포츠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백신 접종 찬성론자들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무책임한 이기주의자'라고 비판한다. 반면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이 개인의 선택이며 미접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건 기본권 침해다’고 지적한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