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일 오전 9시 45분 금빛 도약 기대
강한 멘탈과 스피드 모두 갖춘 한국 육상의 간판
2022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공동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우상혁. /연합뉴스
2022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공동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우상혁.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 우상혁(26)의 인스타그램 주소는 ‘woo_238’이다. 높이뛰기 선수치곤 단신(188cm)에 속하는 그는 키보다 50cm 이상 높은 높이(2m38)를 뛰어넘는 ‘50클럽’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 5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에서 6위(한국 역대 최고 성적)에 올랐던 ‘높이뛰기 전설’ 이진택(50)도 달성하지 못했다. 세계 선수들 중에서도 소수만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간의 한계 수준으로 여겨지는 기록이다.

◆ 19일 오전 금빛 도약

16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을 넘어 공동 1위로 결선 진출권을 손에 넣은 우상혁은 19일 오전 9시 45분에 진행되는 결선에서 2m38이라는 기록 달성과 함께 한국 육상 사상 첫 세계선수권 우승에 도전한다. 우승 시 그동안 ‘불모지’로 여겨졌던 한국 육상은 그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2m35라는 한국 기록으로 4위에 올랐던 우상혁은 올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2월 체코 후스토페체 실내 대회에서 2m36을 뛰어 올 시즌 실내 남자 높이뛰기 최고 기록을 세운 그는 3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선 메이저대회 첫 금메달(2m34)을 목에 걸었다. 도쿄올림픽 공동 1위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과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가 모두 출전한 5월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실외 경기)에서도 2m33을 뛰어 1위를 차지했다.

우상혁이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면 실내외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는 역대 5번째 선수로 기록된다. 아울러 한 해에 실내외 선수권 동시 우승은 1993년 하비에르 소토마요르(55·쿠바) 이후 29년 만에 주인공이 나오게 된다.

우상혁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혁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 긍정 멘탈의 아이콘

우상혁이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2가지다. 우선 ‘멘탈’이다. 그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정신을 집중해 간절히 소망하면 불가능한 일도 실현된다는 심리적 효과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일화에서 유래했다.

우상혁은 경기 때 “할 수 있다”라거나 “레츠 고”와 같은 혼잣말을 반복한다. 또한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며 ‘즐기는 영역’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바를 넘은 뒤엔 포효를 하며 순간을 만끽하거나, 밝은 미소로 스스로를 격려한다.

높이뛰기에선 멘탈이 상당히 중요하다. 경기 후 자신의 기록을 알게 되는 다른 종목들과 달리 높이뛰기는 목표 기록을 먼저 확인하고 그걸 바라보며 뛴다. 목표 높이가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으로 지레 겁을 먹을 경우 성공에 이르기 더욱 어려워진다.

◆ 스피드 향상 노력

물론 훈련 방식에서도 비결을 찾을 수 있다. 높이뛰기는 수평으로 달리는 힘을 점프를 통해 수직의 힘으로 변환하는 종목이다. 도약 시 다리 근육과 함께 어깨의 위치, 코어의 힘과 허리 유연성, 다리 차기 등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김도균(43) 육상 대표팀 수직도약 코치는 스피드를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고 봤다. 스피드가 향상된 우상혁은 결국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우상혁은 8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왼발이 성장을 멈춰 오른발이 10㎜ 더 크다. ‘짝발’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대전 중리초등학교에서 윤종형(65) 코치를 만나면서 균형 잡기 훈련도 했다.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학교 때는 한 해 높이를 5~8㎝씩 늘리겠다고 목표를 세웠고 그걸 해냈다. 작은 신장도 '우상' 스테판 홀름(46·스웨덴)을 보며 극복했다. 우상혁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홀름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홀름은 작은 키(181㎝)로도 세계 정상에 올랐고 2m40을 뛰어 넘은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세계육상연맹은 우상혁을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 후보로 꼽고 있다. 우상혁은 대한육상연맹을 통해 "앞선 예선은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운영했다. 결선을 치르는 것처럼 집중해서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며 "결선에서도 잘 집중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결선 우승 경쟁은 우상혁과 바심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바심은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2m45)에 이어 역대 2위(2m43) 기록을 보유한 현역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다.

우상혁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렛츠 고 우(Let's go woo)’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상혁은 높이뛰기 바를 향해 전진할 일만 남았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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