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높이뛰기 전설' 이진택 대한육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 인터뷰
우상혁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
결국 훈련량이 기록 경신의 관건
한국 육상 첫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은메달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김근현 기자
한국 육상 첫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은메달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우상혁(26)이 세계적인 높이뛰기 선수로 거듭나기 전까지 한국 높이뛰기의 1인자는 이진택(50·은퇴) 대한육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으로 군림한 이진택 위원장은 당시 2차례나 세계선수권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1997년 아테네 대회 땐 8위(2m29), 1999년 세비야 대회 땐 공동 6위(2m29)를 차지했다. 공동 6위는 우상혁 이전까지 한국 트랙·필드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낸 최고 성적이다.

이진택 위원장이 기록한 최고 성적은 우상혁이 23년 만에 갈아치웠다. 우상혁은 앞서 19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어넘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의 실외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이다.

이진택 위원장은 까마득한 후배의 은빛 도약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이진택 위원장은 20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성장세가 놀랍다. 우상혁은 혹독한 훈련으로 절치부심을 해왔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자신감이 있고 경기를 즐긴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정말 대견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육상 단거리(100m) 경기 등은 짧고 강한 압박감을 받고 끝이 나지만, 높이뛰기는 1, 2, 3차 등 지속적인 압박감을 받는다. 그걸 못 견디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우)상혁이는 흔들리지 않고 노력을 해왔던 터라 정신력과 자신감이 남달랐다”고 덧붙였다.

이진택 대한육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의 현역 시절 모습. /연합뉴스
이진택 대한육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의 현역 시절 모습. /연합뉴스

◆ 우상혁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

둘의 인연은 11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진택 위원장은 2011년 주니어 국가대표팀에서 우상혁을 처음 만났다. 우상혁의 성장세를 지켜봐 온 이진택 위원장은 이번 대회 후배의 경기력과 관련해 “높이뛰기는 도움닫기, 발구름, 공중동작의 단계로 진행된다. 도움닫기 때 적절한 리듬으로 코너를 돌게 되고 수직상승력을 만들어서 신체를 끌어올리게 된다. 상혁이는 수직상승력은 좋았는데 허리를 뒤로 젖히는 공중동작에서 타이밍이 다소 안 맞았던 경우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향후 우상혁이 더 성장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진택 위원장은 “함께 하고 있는 김도균(43) 육상 대표팀 수직도약 코치는 짝발, 단신 등 우상혁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지도자다. 모든 건 ‘극복’이라 볼 수 있다”며 “우사인 볼트(36·자메이카)도 심한 척추측만증을 앓았다. 세계선수권에 최연소의 나이로 출전해서 중도 포기를 한 적 있다. 이후 허리보강운동으로 극복했다. 우상혁도 짝발이라 밸런스는 좋지 않았지만, 한쪽 발에 더 많은 훈련을 진행하는 등 노력으로 극복을 해냈다. 그런 게 자신감으로도 연결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상혁이 넘어야 할 산은 ‘현역 최강’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이다. 이진택 위원장은 “바심(189cm)은 우상혁(188cm)과 키가 1cm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비율이 좋다. 즉 무게중심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도약력과 수직상승력도 대단한데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을 것이다”며 “바심은 먼거리에서 발구름을 한다. 높이 2m40 이상 뛰는 선수들은 그 정도 거리를 가져가야 한다는 의미다. 스피드를 완벽히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멀어져야 몸을 띄워서 바와 신체 사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바심은 그걸 잘 이용한다”고 짚었다.

이진택 위원장은 “바심과 우상혁,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까지 3명은 동료이면서 경쟁자다. 강인한 선수들이 경쟁하면 기록도 계속 향상될 수 있다. 강한 사람 옆에 있어야 강해진다”며 “상혁이의 최고 기록이 2m36이고 목표가 50클럽(자신의 키보다 50cm 이상 높이 뛰는 것)에 해당하는 2m38인데 2m40이라는 상향된 높이로 목표를 재설정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19일(한국 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이 바를 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한국 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이 바를 넘고 있다. /연합뉴스

◆ 결국 훈련량이 기록 경신의 관건

연맹은 2020 도쿄올림픽 높이뛰기에서 우상혁이 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자 즉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김도균 코치를 비롯해 매니저, 전담 트레이너를 우상혁에게 붙이고 지속해서 해외 대회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이진택 위원장은 “장대높이뛰기 출신인 김도균 코치는 해외에서 공부를 하며 많은 걸 배워왔다. 우상혁과 케미스트리가 잘 맞다. 지도자와 선수, 연맹의 지원까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상혁의 앞날이 더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비유하자면 우상혁은 손오공이다. 여의봉은 경기력이다. 그리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그건 연맹 TF팀이다. TF팀은 손오공의 근두운격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연맹 경기력향상금(포상) 규정에서 명시한 세계육상선수권 2위 상금은 5000만 원이다. 우상혁은 세계육상연맹(3만5000달러·약 4600만 원)과 대한육상연맹(5000만 원)으로부터 총 9600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진택 위원장은 “(시대가 변했지만) 훈련은 사실 디지털이라는 게 없다. 모든 게 아날로그다. 반복 훈련과 관리가 핵심이다. 기구를 이용한 프로그램은 많아졌지만 기초체력 등 기본 훈련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 세계 기록(2m45)도 1993년(하비에르 소토마요르)에 세워진 기록이다. 그땐 트랙이 좋지 않았지만, 많은 훈련량으로 기록을 세웠다”며 우상혁의 기록 경신 관건도 결국 훈련량이 될 것으로 봤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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