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맥주 테이스팅 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김미연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맥주 테이스팅 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김미연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퍼멘티드 고스트(서울 성수동)=한스경제 이수현 기자] 한 해 중 무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삼복 더위의 어느 하루. 더위와 일로 몹시 지친 직장인들이 퇴근길 머릿속에 그리는 단골 메뉴가 바로 시원한 맥주다. 맥주 특유의 시원함으로 갈증과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길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맥주를 한층 더 깊고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게 돕는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른바 맥주 소믈리에. 풍부한 지식과 함께 풍미를 더해주는 ‘맥주 소믈리에’가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대형마트,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성수동은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지역이다. 성수동의 한 켠에 자리잡은 맥주 테이스팅 바 ‘퍼멘티드 고스트’는 시쳇말로 ‘뜨는 집’이다.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곳이다. 유럽 여행지나 영화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유명 맥주들이 진열되어 있는 ‘퍼멘티드 고스트’는 기존 호프집이나 맥주창고와 완전히 다르다. 수백 가지 맥주에 사연이 담겨 있고, 그 사연 속에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묘한 공간이다. 기본적으로 예약제로 운영되며, 상황에 맞는 ‘코스’가 존재한다. ‘페멘티드 고스트’라는 특이한 이름처럼 이 공간에선 자신도 모르게 맥주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서울 성수동은) 여러 회사가 주변에 있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를 찾아 주면서 삶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퍼멘티드 고스트’ 김미연 대표는 맥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즐기고 싶어 한다. 취재진도 코스를 체험하는 내내 맥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며 맞춤형 설명을 듣고 있으니 어느덧 유럽의 한 펍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래는 김미연 비어 소믈리에와 일문일답

- 비어 소믈리에란 직업을 설명한다면

비어 소믈리에는 맥주의 가치를 알리고, 맥주를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직업이다. 개인 상태에 따라 어울리는 맥주가 다르다. 기분이 어떤지, 저녁 식사 메뉴와 주로 즐기는 술 등 여러 상태에 맞춰 가장 적절한 맥주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 맥주의 다양한 이야기를 설명하고 맥주의 장점이 돋보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비어 소믈리에가 양조장과 협업하며 더 나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양조장이 의도하는 맛을 전달하기 위해 생산과 유통 과정에 관여한다. 맥주를 더 체계적이고 섬세하게 관리해 가치를 살리고, 소비자 대상 마케팅으로 맥주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한다.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맥주 테이스팅 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김미연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맥주 테이스팅 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김미연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비어 소믈리에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비어 소믈리에가 되기 전부터 맥주를 만드는 것이 취미였다. 공방에서 맥주를 만들던 중 지인으로부터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Doemens Biersommelier)'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과정을 이수해 비어 소믈리에가 됐다.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는 과거 양조사를 배출하는 과정이었지만, 지금은 비어 소믈리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해 독일과 동일한 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했다.

- 비어 소믈리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맥주에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맥주는 나라와 문화권마다 다른 모습을 가진다. 비어 소믈리에는 정해진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한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위해 기회를 스스로 창출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한국에서 비어 소믈리에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 주위를 보니 다양한 맥주잔이 있다. 각 맥주잔의 특징이 있는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전용 잔 사용이다. 맥주 스타일마다 필요한 전용 잔이 존재한다. 전용 잔은 시각적으로도 다양한 느낌을 살린다. 전용 잔을 사용해 맥주를 마시면, 만든 이들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다. 각 잔의 용도는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볼이 넓은 잔은 묵직해 안에서 공기 접촉이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넣으면, 알코올 향이 날아가면서 맥주 본연의 향이 증폭된다. 또한 볼이 좁은 잔은 반대로 알코올 향을 잃지 않도록 한다. 향과 거품이 없어지지 않도록 해 깊은 맛을 낸다. 각 전용 잔은 저마다의 활용도가 있고, 맥주가 담긴 잔을 보면 마시는 사람들의 대략적인 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다.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맥주 테이스팅 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김미연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맥주 테이스팅 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김미연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맥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편안함과 친근함 속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어디를 가나 맥주가 있고, 구하기 쉽다. 하지만 어느 날 정말 훌륭한 맥주를 만난다면, 놀라움을 주는 존재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놀라움이 우리 삶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또한 맥주는 다른 술과 비교해도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더 많다. 세계 곳곳에서 맥주가 생산되고, 지금도 새로운 맥주 스타일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재미를 알아가는 것이 맥주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맥주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맥주도 위스키와 와인처럼 시각과 후각, 미각을 모두 활용해 즐길 수 있다. 맥주는 와인과 달리 거품이 매력적인 포인트다. 또한 맥주에 조명을 비추면 색이 크게 달라진다. 어떤 맥주는 자주빛이 나타나고 투명한 색이 드러나기도 한다. 향을 음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긴 숨과 짧은 숨을 들이마시면 맥주의 향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후 맥주를 마시면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맥주를 즐기면서 해당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비어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 비어 소믈리에가 국내에서도 전문적인 직업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가게를 오픈한 지 3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새로운 코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은 스스로를 더 많이 알리고, 목표를 위해 어떠한 부분이 필요할지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제 생각에 동의하는 비어 소믈리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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