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해안의 아름다움 담은 서해랑길 89코스
대부도 특산품 포도 따라 흐르는 길
경기도 기념물 제194조 '대부광산퇴적암층'
빛나는 노울 품은 '전곡항'
대부광산퇴적암층에서 바라본 탄도항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대부광산퇴적암층에서 바라본 탄도항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안산·화성=한스경제 이수현 기자] 18.6km, 서해랑길 89코스를 걷는다. 안산 대부도에서 화성 전곡향으로 향하는 코스는 드넓은 갯벌과 숲길, 포도밭 등 이전에는 몰랐던 서해안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걷다 보니 몸은 지쳤지만 길 따라 흐르는 포도향은 여행자에게 위안이 돼준다. 이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는 정겹기만 하고 순간순간 달라지는 풍경은 여행의 지루함을 날렸다.

지난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폭우는 안산과 화성도 피하지 못했다. 길은 여전히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고 곳곳에 폭우가 남긴 상처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해랑길 89코스는 지금도 충분히 걸어볼 가치가 있었다. 고행 끝에 닿은 전곡항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감동이 배가 돼 우리에게 돌아온다.

코스는 안산 남동보건진료소를 시작으로 동주염전, 상상전망대, 탄도항을 지나 전곡항에서 마무리된다. 다만 코스에 앞서 코스 시작점에서 단 5분 거리에 있는 종이미술관을 우선 방문하기로 했다.

종이미술관은 그 이름처럼 종이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3층 규모로 마련된 전시실은 가장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작품을 즐기도록 설계됐다. 각 작품은 공모전 수상작부터 여러 작가가 협업한 작품까지 다양했고 소재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부터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통 가구까지 폭넓게 전시됐다.

야외 전시실에는 작은 정원이 마련됐다. 정원에는 작품을 보거나 투호던지기와 제기차기, 사방치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고 그늘에 앉아 쉴 수도 있다. 정원 한편에는 교월당과 일연재라는 한옥이 자리 잡았는데 숙박 예약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신청해야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서해랑길 89코스 시작점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서해랑길 89코스 시작점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종이미술관에서 마음을 가다듬은 후 본격적으로 코스 체험에 나섰다. 시작점에는 코스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코스 중 길을 잃지 않도록 길마다 화려한 색 띠가 있어 띠만 보고 걸으면 길을 잃을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시작과 동시에 마주하는 풍경은 서해안 그대로다. 3.14㎢ 드넓은 갯벌은 고랫부리 연안습지로 대부도 북부 상동 연안습지와 함께 2017년 국가 연안습지보호지역, 2018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장소다. 그 가치에 걸맞게 갯벌은 여러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갯벌 어디를 가나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어 친구삼아 걸으면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대부도 특산품 포도 조형물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대부도 특산품 포도 조형물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잠시 내륙으로 들어간다. 해안가 풍경에서 잠시 벗어나 서해안의 색다른 모습을 함께 즐기라는 작은 배려인 듯싶다. 혹여나 길을 잃지 않을까 긴장하면서 주위를 살피면 비로소 대부도 농가가 눈에 들어온다. 어촌과 농촌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는 대부도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한편에는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고 다른 한편에는 대부도 특산품인 포도를 키우는 밭이 가득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농가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서해랑길의 매력이다.

포도가 대부도의 특산물이 된 이유도 축복받은 서해안 환경 덕이 크다. 서해안의 해풍과 습도, 큰 일교차 등은 포도의 맛과 향을 높이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기자가 서해랑길을 방문했을 때는 많은 농가가 수해를 입은 후였지만 포도향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포도향을 맡으며 잠시 쉬어도 좋고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아가도 좋다.

대부도 펜션타운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대부도 펜션타운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민가를 벗어나면 이제 끝없는 산행이 이어진다. 그리고 여느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근처에는 펜션촌이 자리 잡아,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었는데 고기를 구우며 즐겁게 노는 모습이 흥겹기만 하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선감도(仙甘島)에 있는 바다향기수목원 상상전망대를 보기 위해서다. 선감도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섬이었지만 간척사업이 이어지면서 대부도와 하나가 됐다. 그리고 선감도는 탄도방조제를 거쳐 전곡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서해랑길 89코스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상상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안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상상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안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산행 끝에 마주하는 바다향기수목원은 30만 평 규모에 약 1000여 종류, 30여 만 그루의 식물이 자라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다. 마음만큼은 수목원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었지만 일몰까지 시간이 촉박해 곧바로 상상전망대로 향했다.

상상전망대에 앞서 '상상전망돼'라는 조형물이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혹시 오타가 난 것이 아닌지 다가가 보니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오타가 아닙니다"라는 글귀에 바로 옆에 적혀있다. 조형물이 전망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아닌 '전망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전망대'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각자의 소원을 담아 조형물 안에 넣으면 10년 뒤에 열어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니 이 또한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바다향기수목원 '소리 나는 꿈나무'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바다향기수목원 '소리 나는 꿈나무'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전망돼'를 봤다면 이제는 진짜 전망대를 볼 차례다. 바다향기수목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상상전망대는 아름다운 서해안 풍경을 관찰하는 공간으로 풍경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 원형으로 된 전망대 중앙에는 '소리 나는 꿈나무'라는 조형물이 설치됐다. 이 조형물은 소원을 빌면 바람을 따라 조형물이 울리면서 그 소원이 하늘에 전달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 걸었던 만큼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소원을 한번 빌어본다.

전망대를 즐겼다면 이제 코스의 하이라이트, 전곡항의 노을을 보러 가야 한다. 산을 모두 내려오면 차도를 따라 횟집을 비롯해 여러 가게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전 코스에서 보지 못했던 편의점에 잠시 들러 물도 마시고 기운도 다시 차려 길을 나선다.

대부광산퇴적암층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대부광산퇴적암층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코스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지만 그 전에 마지막 고비인 대부광산퇴적암층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광산퇴적암층은 채석장으로 운영되던 중 총 23개의 공룡 발자국과 식물화석 클라도플레비스(Cladophlebis)가 발견돼 2003년 경기도 기념물 제194조로 지정됐다.

마치 깎아내린 듯한 높은 절벽은 계단을 따라 조금씩 오르다 보면 항구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내 종착지인 전곡항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장기간 걷고 계단까지 오르느라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항구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항구로 향한다.

퇴적암층을 내려오면 곧바로 탄도항으로 향한다. 탄도 또한 선감도와 마찬가지로 과거 섬이었지만 육지와 연결돼 걷기 코스로 운영될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항구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석양을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바다에 깔리는 빨간 석양빛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 후 탄도항 건너편에 있는 전곡항을 향해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겼다.

전곡항 노을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전곡항 노을 / 안산·화성=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탄도항에서 탄도방조제를 지나면 곧바로 전곡항에 닿는다. 석양을 등지고 있어 노을을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었던 탄도항과 달리 전곡항은 노을을 정방향에서 볼 수 있다. 이에 전곡항은 경기도의 대표적인 해넘이 장소 중 하나로 인기를 얻었다.

전곡항의 매력은 노을에서 멈추지 않는다. 수도권에 인접한 장점을 살려 요트의 명소가 됐고 3대 요트 대회인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 경기국제보트쇼, 전국해양스포츠제전 등이 열렸던 인기 요트 경기장이다. 실제로 전곡항에는 정박한 요트가 공간을 가득 채웠고 한쪽 구석에는 요트를 수리하는 이들로 분주했다.

요트가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 삼아 코스 완주를 자축하는 인증샷을 남겨본다. 그리고 전곡항의 상징인 빨간 등대를 마지막으로 길었던 코스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두루누비' 애플리케이션에는 GPS를 따라 여정이 기록돼 코스 완주를 인증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한 후 비로소 코스 완주를 실감한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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