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금리 시대 서민 리스크 줄일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 안심전환대출 등 집중 질의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서 대형 플랫폼 시장 독과점 문제 지적
양정숙 무소속 의원. 사진=연합뉴스
양정숙 무소속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회 국정감사(국감)가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은 역대급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민생은 뒷전에 놓고 정치적 주도권을 위한 싸움만 펼쳤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집중했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논란에 초점을 맞췄다. 또 여야는 철 지난 색깔론으로 격돌하기도 했다. 정책은 실종됐고, 고성과 막말 그리고 파행이 난무했다. 

의원들이 자신이 속한 당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하다보니 국감마다 등장했던 스타 의원은 이번에 등장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이가 있었다. 바로 정무위원회(정무위)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었다.  

법조인 출신인 그는 정치 입문 전 인권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문으로 활동했다. 또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행정안전부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 감사‧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뒤 제19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법률 특보를 지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 그의 ‘조용한 카리스마’가 빛났다. 양 의원은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질의는 날카로웠다. 상대를 도발하기 위한 자극적인 질문과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질의는 없었다. 

그의 질의 대부분이 정책 질의였고, 서민의 입장에서, 서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서민을 대표해서 물었다. 고금리, 고물가 등 서민이 고통 받고 있는 경제 위기 속에서 양 의원이 서민에게 희망을 전달한 것과 다름없었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는 이슈가 많았다. 시중은행의 대규모 횡령 사건을 비롯해 카카오 먹통 사태‧안심전환대출 실효성 논란 등이 있었다. 양 의원은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인 사태가 시중은행들의 횡령 사고였다. 올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고가 터지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무위는 우리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장을 모두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양 의원은 가장 먼저 금리인하요구권을 꺼내 들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계약을 체결한 후 취업·승진·재산 증가·신용등급 상승 등 신용상태가 개선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금융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다. 

양 의원은 “금리 상승기 각종 지원 유예조치 종료 시 상환능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차주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대출 차주의 연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중 은행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양 의원은 “서민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은행은 사상 최대 예대마진으로 돈잔치, 성과급 잔치하는 걸로도 부족해 횡령사고까지 내고 있다”며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질타하기도 했다. 

양 의원은 국민의 금리 부담을 낮추는 ‘안심전환대출’ 실적이 저조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 등에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 가운데 집값이 최대 4억원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이들을 대상으로 최저 연 3.7%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그는 “안심전환 대출 비중이 당초 계획보다 저조하다. 신청요건이 현실적이지 않아 이용자들이 많지 않다. 주택가격 기준 4억원 이하가 현실에 맞지 않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제도 자체를 다시 한 번 보완해야 한다.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후속 대책을 빨리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민국을 대혼란으로 빠뜨린 카카오 먹통 사태도 지나칠 리 없었다. 양 의원은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대형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자율규제로는 역부족이다”며 “심사지침에 대해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된다. 이용자 수, 트래픽 등 향후 도입될 새로운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의원은 “플랫폼 독점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영업자를 하청 계열화 한다는 것”이라며 “자영업자 간 과당 경쟁을 유도해 자영업자 간 싸움을 붙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자영업자 간 싸움되지 않도록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배달의민족을 향해서는 “고객이 직접 물품을 수령하는 포장 서비스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직접 하는 건데 이 부분은 수정할 의향이 있냐”고 질의했다. 

양 의원은 칼날은 국내 정책과 기업에 머물지 않았다. 국내에서 차별적인 행태를 보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메타과 구글을 향해 “개인정보 수집에 있어 국내기업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용 정보에 대한 선택적 동의를 거치는데 메타와 구글은 포괄적 동의 받고 있다”며 “유럽과 비교했을 때 차별적이고 한국 이용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모바일 앱의 가격을 인상한 애플에 대해서는 “환율이 내려가면 가격을 인하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스타벅스에 관련해 “스타벅스가 고객 선불충전금을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정무위 국감 마지막 날인 종합감사 때도 양 의원은 서민을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았다. 그는 다시 한 번 안심전환대출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양 의원은 “안심전환대출 실적이 목표 대비 15%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 조건 완화 계획이 있느냐”며 금융당국에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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