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2공장 '카드뮴', 3공장 '대기오염'...환경파괴 진행 중
제련소 설립 당시, 일본서는 ‘이타이이타이병’ 원인으로 ‘카드뮴’ 꼽아
3공장, 대기오염 우려에도 연간 8000대 전기차서 2000t 폐배터리 추출
3공장, 기존 4종에서 1종으로 불법 증축 “이행강제금 냈으니 문제없어”
환경단체 “영풍석포제련소 ‘통합환경허가’ 불허, 공정과 상식적인 결정”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는 52년간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면서 수많은 환경법을 위반해왔다. 그 결과 오랜 기간 동안 봉화군 석포리의 땅과 강, 그리고 대기는 치명적인 영향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해마다 환경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의 마을 주민들은 제련소가 마을 오염의 한계치를 넘겼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그들은 이곳에 영풍이 공화국을 건설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한스경제>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직접 찾아 환경 오염 실태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리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 제 3공장. / 박수연 기자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리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 제 3공장. / 박수연 기자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수많은 환경오염법을 위반하며 수질과 토양, 대기를 오염시켰던 영풍석포제련소는 마을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카드뮴에 찌든 토양 및 수질에 주민들은 건강에 해가 끼치진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에 따라 영풍석포제련소의 폐쇄 및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련소는 2015년 설립된 제 3공장에서 새로운 사업까지 시행중이다. 환경단체들과 주민들은 오는 31일 결정될 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에서 제련소 불허 판정을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 ‘이타이이타이’ 병, 원인은 ‘카드뮴’

1970년 영풍이 석포리에 아연제연소를 세웠을 당시, 일본 정부는 ‘이타이이타이’ 병의 원인을 아연제련소와 중금속 광산에서 유출된 카드뮴으로 꼽았다. 

이타이이타이 병을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하면 ‘아파 아파’라는 뜻이다. 뼈가 물러지며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골절이 일어나는 등 고통이 심한 병으로 카드뮴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공해병’ 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제련소 주변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혈액과 소변에서 카드뮴과 납의 농도가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바 있다. 또 중금속 농도는 석포제련소 근무 경험과 주변지역 거주 여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를 통해 중금속 노출에 따른 특이질병 발병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중금속 노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영풍석포제련소 기준 거리별 중금속 노출 수준 (요중 카드뮴, 혈액 중 카드뮴, 혈액 중 납 순서). / 국립환경과학원 
영풍석포제련소 기준 거리별 중금속 노출 수준 (요중 카드뮴, 혈액 중 카드뮴, 혈액 중 납 순서). /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단체들은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정화와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주장하며 장항제련소의 예시를 들고 있다. 충남 서천의 구 장항제련소는 1989년 폐쇄한 제련소로 당시 주변 마을주민들은 암 발병, 토양‧수질 오염 등의 피해를 주장하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정밀조사 결과 카드뮴 초과자 및 건강 이상자 265명이 확인되면서 장항제련소는 폐쇄됐고 제련소는 주민들의 피해 구제급여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 토양오염정화 완료되지도 않았는데...‘新사업’ 가동 열중

하지만 영풍석포제련소는 환경단체 및 주민들의 요구와 달리 제 3공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영풍석포제련소는 3공장에 ‘건식응용 2차 전지 재활용 파일럿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섰다. 해당 사업은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회수해 재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영풍석포제련소는 현재 가동 중인 파일럿 공장에서 연간 전기차 8000대 분량인 2000t의 폐배터리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폐배터리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대기오염이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이라고 하면 얼핏 들었을 땐 굉장히 친환경적인 느낌이지만 폐배터리의 리튬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공해를 유발한다”며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빼내기 위해 영풍석포제련소가 택한 ‘건식’ 공정의 경우,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이미 하루에 500t의 석탄을 때우는 3공장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 더 많은 석탄이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전문가도 건식공정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자동차학과 교수는 “건식이라는 것이 결국 고온 처리해 원재료를 회수하는 공정인 만큼 날아가는 오염물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은 “이미 제3공장에서는 열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는 무연탄이 연소되면서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 등이 배출돼 주변 지역 산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영풍석포제련소 측은 환경오염 걱정은 기우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제련소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오염물질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리튬을 90% 이상 회수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남은 5~10%도 슬러지로 뽑아내 다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3공장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지자체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폐기물법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사업장은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환경부는 이를 지자체에 이관해 시행하고 있다. 

봉화군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해 폐기물처리 허가 사업을 지자체가 내준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이 연구목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구목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이상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시험‧연구목적으로 설치, 운영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은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제 3공장이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을 진행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 3공장의 설립 과정을 살펴보면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배제될 수 없다. 

◇ 불법 증축된 3공장 “이행강제금 납부했으니 이제는 합법”

2014년 설립된 3공장은 기존 소규모 4종 사업장(연간 8t 이하 배출)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불법 증축을 통해 대규모 1종 사업장(연간 80t 이상 배출)으로 증설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영풍석포제련소는 4억 6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1종 공장으로 합법 운영하기 시작했다. 1종 특정대기유해물질배출시설은 일반 공업 지역 외에는 들어설 수 없다. 

영풍석포제련소 측은 제 3공장의 “이미 이행강제금을 납부했고 허가받아 현재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처음부터 불법으로 증축된 제 3공장에서 현재 1종 사업장 기준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과 아직 토양오염정화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영풍석포제련소 문 닫나…환경부 ‘통합환경허가’ 쟁점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통합환경허가' 불허 및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통합환경허가' 불허 및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 속에서 환경부의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통합환경허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31일까지 영풍석포제련소의 통합환경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영풍석포제련소가 불허를 받게 되면 폐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14일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와 낙동강 네트워크는 환경부 청사 앞에서 영풍석포제련소의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영풍석포제련소는 52년 동안 낙동강 최상류에서 온갖 위·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제련소에서 나오는 유독물질로 주변 산천이 황폐화됨은 물론 주민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 불허를 촉구했다. 

이어 “낙동강 최상류라는 최악의 입지, 주변 주민의 건강마저 해치는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통합환경허가를 불허하는 것이 세계 경제 10위권 안에 있는 나라에서 해야 하는 공정과 상식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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