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왼수 투수 구창모(오른족)와 최대 7년 132억 원에 달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NC 다이노스 제공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왼수 투수 구창모(오른족)와 최대 7년 132억 원에 달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NC 다이노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낭만’을 찾기 힘든 시대다. 프로야구에 프랜차이즈 스타가 희귀해지고 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선 ‘프랜차이즈 대이동’이 일어났다. 박건우(32), 손아섭(34·이상 NC 다이노스), 나성범(33·KIA 타이거즈), 박해민(32·LG 트윈스) 등 원클럽맨들이 대거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LG에서 데뷔했으나 히어로즈에서 굵직한 자취를 남긴 박병호(36)도 KT 위즈로 이적했다. 올겨울에도 채은성(32·한화 이글스), 유강남(30), 노진혁(33·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프로 데뷔 후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던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어 둥지를 옮겼다. 

프로는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다. 프로 선수들이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에이전트(선수 대리인)가 도입된 이후 선수들은 더 냉정해졌고, 구단들은 과거처럼 정에 호소할 수 없게 됐다.

팀의 유산을 지켜야 하는 구단들은 ‘입도선매’ 격인 비 FA 다년 계약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비 FA 선수들에 대한 다년 계약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SSG 랜더스가 가장 먼저 비 FA 다년 계약을 활용했다. 2021시즌이 끝난 뒤 선발 자원인 박종훈(31), 문승원과 주축 타자 한유섬(이상 33)을 잡았다. 올 초에는 에이스 김광현(34)과 4년 151억 원의 비 FA 다년 계약했다.

삼성과 비 FA 다년 계약을 맺은 구자욱(왼쪽).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과 비 FA 다년 계약을 맺은 구자욱(왼쪽).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2월 프랜차이즈 스타 구자욱(29)과 5년 총액 12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의다년 계약을 맺었다. 2022 시즌이 끝난 뒤에도 비 FA 장기 계약자가 나왔다. 롯데가 토종 에이스 박세웅(27)을 5년 90억 원(연봉 70억 원, 옵션 20억 원)에 잡았다. 10승이 보장되는 토종 선발 자원을 FA로 풀리기 전 확실히 묶었다.

NC는 17일 토종 에이스 구창모(25)와 ‘깜짝' 다년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 조건은 구창모의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 시기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구창모가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으면, NC는 2023년부터 계약 기간 6년에 연봉 90억 원, 인센티브 35억 원 등 총액 125억 원을 준다. 2024시즌 종료 후 구창모가 FA 자격을 못 얻으면, NC는 2023년부터 계약 기간 6+1년에 보장 연봉 88억 원, 인센티브와 7년 차 계약 실행을 포함해 최대 132억 원을 지급한다. FA가 되려면 아직 한참 남은 구창모를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장기 계약으로 묶었다.

비 FA 다년 계약은 이제 KBO리그의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 많은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 대체 불가 자원들과 다년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

올겨울 채은성과 유강남을 떠나보낸 LG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32)과 다년 계약을 준비 중이다. 오지환은 2023시즌이 끝나면 2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LG는 내년 1~2월 중 오지환과 장기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100억 원대 초대형 계약이 유력하다. 차명석 LG 단장은 “오지환과 비 FA 다년 계약을 맺을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건 아니다. 오지환이라는 선수에게 어울릴 만한 계약을 제시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이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오지환의 생각도 들어야 한다. 지금 FA 몸값을 고려하면, 많은 액수를 제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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