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설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소비자들이 설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한스경제=박슬기 기자]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필요한 식자재를 모두 샀을 때 비용이 이전과 차이가 나다 보니 구매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네요." 
 
16일 명절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대형마트에는 명절을 준비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쉽사리 필요한 생필품이나 명절 식재료를 사기 쉽지 않아 보였다. 높아진 물가 때문이었다. 각 대형마트는 명절을 맞아 큰 폭의 할인행사를 준비했지만, 이미 오른 물가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마저도 비싸게 느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에 이어 지난해 5.1%로 집계됐다. 2년간 7.7%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5%를 찍은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올 상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자들의 한숨은 커져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5%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지난 13일 사상 처음 일곱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좀처럼 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양 모씨(35)는 "잡채를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보고 있는데 올해는 물가가 워낙 올라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넣어야 할 것 같다"며 "요즘 명절 상차림을 소규모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용량으로 사야 하다 보니 남는 식재료 처리도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장미숙(68)씨는 "순식간에 물가가 오르다 보니까 살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살 때 고민을 하게 된다. 오늘 마트에 올 때도 계란 2판을 사려고 했는데 가격 보고 1판만 샀다. 평소에 사던 거에 반씩 줄여서 사고 있다"고 한숨을 내셨다.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고 있는 고객의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고 있는 고객의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명절 일주일 전이라 마트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미리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마트를 들린 주부들은 연신 물건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소비자 김순애 씨(57)씨는 "미리 사놔도 될 것들은 이미 사놨다"면서 "명절 직전에 사면 할인을 하더라도 비싼 편에 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제사를 간소화하게 차리기 때문에 제사상에 올라갈 음식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가족들과 먹기 위한 음식들을 더 많이 사는 것 같은데 물가가 올라서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으로 최근 편의점들은 높은 접근성과 혼자 명절을 보내는 '혼명족'들을 위해 두부, 계란, 콩나물 등과 같은 식재료들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직장인 밀집 거주지역인 영등포 당산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역시 두부, 계란, 콩나물 등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매대에는 판매되지 않은 제품들이 그대로 있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젊은 사람들이 간편식을 주로 사지 여기서 콩나물이나 두부를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신선제품을 들이긴 하지만 수요가 별로 없다 보니 그리 많이 들여놓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점주는 "콩나물이나 두부, 계란을 사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만난 소비자 박모씨(34)는 "이커머스에서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하고, 빠른 배송이 되기 때문에 굳이 편의점에서 사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엔데믹의 영향으로 명절 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제사상을 간소화하게 차리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예전처럼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방동에 사는 소비자 우 모씨(55세)는 "장을 볼 때마다 물가 오르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인건비도 올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비용이 올라 장을 볼 때마다 고민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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