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스탠다드 거버넌스 체제 역행
어진 전 부회장, 父 지분 상속…지분율 43.22%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 /안국약품 제공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 /안국약품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사법 리스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이 이사회 복귀를 노리면서 업계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안국약품은 오는 27일 오전 9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어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어 전 부회장은 지난해 초까지 부친인 창업자 어준선 명예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활약했다. 그러나 임기를 2년 남긴 3월 어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직을 자진 사임했다. 그리고 5개월 뒤인 8월 어 명예회장은 숙환으로 별세했다.

안국약품 측은 당시 어 전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유에 대해 ‘건강 문제’라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사법 리스크 영향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어 전 부회장은 2016년 1월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게 개발 중인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했다. 이듬해 6월에는 중앙연구소 직원 12명에게 개발 중인 항혈전 응고제 약품을 투약했다. 

인체에 직접 투약이 이뤄지는 임상시험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실시할 수 있다. 사실상 임직원이 ‘마루타’가 된 셈이다. 

마루타란 2차대전 당시 일제 부대 중 하나였던 ‘731부대’에서 희생된 인체실험 대상자를 일컫는 말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8월 약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어 전 부회장과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전 신약연구실장인 A 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국약품과 임상시험 업체 전 상무 B 씨는 각각 벌금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한 어 전 부회장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의 결과를 조작했다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받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어 전 부회장은 의사 85명에게 89억원 상당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9년 7월 기소됐으며, 안국약품으로부터 뇌물을 수수받은 의사들은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어 전 부회장은 임직원 대상 불법 임상시험과 관련해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불법 리베이트 혐의는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안국약품 이사회는 어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이외사 비중 강화, 사법 리스크 경영인 이사회 제외 등 글로벌 스탠다드 거버넌스 체제를 역행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안국약품 이사회는 의장은 원덕권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대표 외에 박인철 마케팅 전무와 김선엽 경영전략 상무 등이 상근이사이다. 

사회이사는 반성환 전 한미약품 부사장과 강경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 2명으로 수적으로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국세청 출신인 이훈구 감사(상근)가 있지만, 이들 모두 거수기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어 전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30일까지 진행된 모든 이사회에서 반대표는 단 1표도 없었다.

전호진 서울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독립적인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그럴 수가 없는 구조”라며 “이사회 구성을 보면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 비율이 낮고, 애초에 이들을 선임할 때 전관예우를 비롯해 오너 및 회사가 모든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의 경우 이사회에서 구글,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 경영자들이 포진해 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고 발전을 도모한다”면서 “이와 비교하면 국내는 사외이사는 여전히 거수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어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별세한 어 명예회장 안국약품 주식 267만7812주(20.53%)를 같은 해 12월19~20일 전량 상속받았다. 이번 상속으로 어 전 부회장의 안국약품 지분율은 22.68%에서 43.22%로 높아졌다. 기존에도 최대주주였는데 지배력이 더 강화된 셈이다.

따라서 어 전 부회장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7일 열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안국약품 지분율이 49.75%에 달하기 때문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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