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위협적인 중동의 오일 머니
명분보단 실리가 중요한 외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 축구의 외교력이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싸움에서 카타르에 밀린 데 이어 이번엔 정몽규(61) 대한축구협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부 재입성에 실패했다. 정몽규 회장은 1일(이하 한국 시각)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33차 AFC 총회에서 진행된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입후보한 7명 중 6위에 그쳤다. 5명을 뽑은 아시아 몫의 FIFA 평의회 위원에 들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 위협적인 중동의 오일 머니

한국 축구의 외교력 부재와 관련해선 내외부적 원인이 혼재한다. 가장 큰 외부적 위협 요소로는 중동의 막강한 ‘오일 머니’를 들 수 있다. 선두 주자인 카타르는 지난해 12월 막 내린 2022 FIFA 월드컵을 시작으로 올해 6월 AFC 아시안컵, 2024 23세 이하(U-23) 아시안컵까지 주요 국제 축구대회를 연달아 개최한다.

카타르의 승승장구 원동력은 자금력이다. 2023 아시안컵 유치에 실패한 축구협회는 “카타르는 풍부한 재정과 인적, 물적 기반을 앞세우며 유치 다툼에 뛰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AFC에 자국 기업의 스폰서 추가 참여, 자국 방송사의 대규모 중계권 계약, 아시안컵 대회 운영비용 지원 등 막대한 재정 후원을 약속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예견된 외교 참사에 가깝다. 축구계에선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축구협회의 안이한 준비 자세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아시안컵 유치 과정에서 만난 한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은 개최지 동·서 지역 안배와 개최일(2023년 6월) 유지 가능, 예상 관람객 및 마케팅 수익 등 대회 흥행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국 카타르가 시설 여건과 재정적 지원 등 실리를 앞세운 반면, 한국은 사실상 명분을 내세운 꼴이다.

당시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한국이 대회 유치에 성공한다면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 열기를 아시안컵으로 이어가겠다”고 청사진을 그렸으나 결과적으로 두루뭉술한 꿈에 불과했다. 아시안컵 유치에 실패한 축구협회는 “깊은 반성과 함께 향후 국제 경쟁력과 축구 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 회장이 나선 이번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도 쓴 잔을 들이켰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 명분보단 실리가 중요한 외교

정 회장은 2015년 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2017년 5월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돼 약 2년간 활동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선 재선에 실패했다. 이번 선거 결과도 참패다.

투표 결과를 들여다보면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막강한 위세를 확인할 수 있다. 셰이크 아마드 칼리파 알 타니(카타르)가 가장 많은 40표를 받았고, 다시마 고조(일본) 현 FIFA 평의회 위원이 39표를 얻었다. 야세르 알미세할(사우디아라비아) 35표로 그 뒤를 이었다. 최다 득표를 한 3명 중 2명이 중동 국가 출신이다. 여기에 아시아 축구 최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이 껴 있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 불리던 한국 축구의 정 회장은 유효표 45표 중 19표를 받는 데 그쳤다. 최하위인 두자오카이(중국) 현 FIFA 평의회 위원(18표)보다 한 표를 더 받았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 축구의 위세는 갈수록 드높아 지고 있다. 이번 AFC 총회에선 2027년 아시안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낙점되기도 했다. 인도, 이란,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이 유치 계획을 밝혔다가 철회해 선정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3회 연속 서아시아에서 대회가 치러지게 된 점은 분명 우려스럽다. 세계 축구계에서 중동 파워가 더욱 위세를 떨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축구 외교의 핵심은 단순 명분이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와 자금력 등 실리라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종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