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판 보스턴클러스터 형성
인재영입 경쟁 치열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전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전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과천과 송도에 집결해 한국판 ‘보스턴 클라스터’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다만 치열한 인재 영입 경쟁으로 기업 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산업 발전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JW그룹과 광동제약, 휴온스, 안국약품 등은 과천지식경제타운으로 이전한다.

JW그룹은 오는 5월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 신사옥으로 이주한다. 규모는 지상 11층·지하 4층 총 연면적 3만 5524㎡로, 옛 서초 JW타워(1만 9240㎡)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이번 사옥 건립비로 토지구입비와 공사비 등 약 12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 신사옥에는 핵심 계열사인 JW중외제약을 비롯해 C&C신약연구소, JW신약의 연구법인 JW크레아젠, JW생명과학 HP연구센터와 자회사 JW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이전할 계획이다. 또한 자회사 JW바이오사이언스와 그룹 헤드쿼터(주요 관리부서)도 집결시킬 계획이다.

JW그룹은 이번 이주를 통해 R&D(연구개발) 인력과 인프라를 한 곳으로 모으는 통합센터를 구축한다. 헬스케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새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대지면적 2396㎡, 연면적 2만3376㎡,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의 사옥을 신축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착공을 시작했으며,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휴온스는 판교 본사는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한양대 안산 에리카캠퍼스 소재 ‘중앙연구소’를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통합 R&D센터로 이전할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말 입주가 예상된다.

안국약품과 계열사, 중앙연구소 등도 과천지식정보타운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신사옥은 지하 6층~지상 14층, 면적은 3만1640㎡(9571평) 규모다.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며, 내년 3월 입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규모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입주해있는 인천 송도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합류하면서 ‘K-바이오클러스터’로 자리를 잡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총 3257억원을 투자해 송도의 3만 413.8㎡ 부지에 R&PD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이 센터에는 최첨단 연구시설, 글로벌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오픈 랩(Open Lab) 등이 들어선다.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이며, 이후 판교 본사도 송도로 이전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바이오 캠퍼스’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담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투자 규모가 총 30억달러(약 3조 7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12만ℓ를 생산할 수 있는 1공장을 올 하반기 중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이 시설이 들어설 장소로 송도를 확정했다. 2025년 하반기에 준공 후, 2027년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공장 2곳을 송도에 더 건설해 총 36만ℓ의 생산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K-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를 형성하면서 정부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미국 보스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하버드대학 등 주요 대학과 벤처 등이 밀집돼 있는 전 세계 바이오 분야 대표 클러스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회의’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오헬스의 세계 시장 규모가 2600조원에 달하고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등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벤처 기업과 청년들이 바이오헬스 분야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 간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일부 직원들을 상대로 인천지법에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한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세 차례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인재 확보를 위한 유치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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