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태평양·대서양 넘나드는 영역, 이달 들어 해수면 온도 기록적 상승
전문가들, 엘니뇨 현상 복격화 원인으로 지목…대서양까지 고온 현상
영국·아일랜드 해안, 전례없는 해양 폭염…생물다양성 심각한 위협
올해 전 세계 해수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에 '엘니뇨'까지 더해져 한동안 높은 해수온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올해 전 세계 해수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에 '엘니뇨'까지 더해져 한동안 높은 해수온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전 세계 해수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에 '엘니뇨'까지 더해져 한동안 높은 해수온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높아진 해수온도는 '해양열파'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바다의 폭염'이라고도 불리는 해양열파는 평상시 수온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폭염과 함께 '극한 기후 현상'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해양열파의 지속 기간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년으로 다양하다. 

급격한 수온 변화로 바다 식물이 줄어드면 바다의 탄소흡수량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에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다시 바다의 온도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반도 주변에서는 지난 2021년 7월 해양열파가 발생했다. 동해의 7월 평균 해면수온이 평년보다 2.7도(℃) 높은 22.2도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동해의 평균 해면수온은 위성으로 관측한 40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임계점에 가까워졌고, 더 악화되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나드는 영역에서 이달 들어 해수면 온도가 기록적 수준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 현상이 본격화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더힐은 자연적·인위적인 요인이 결합한 '불행한 우연'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조건이 갖춰지면 극단적 위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만 퀸타나 해변에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밀려올라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NYT는 이틀 전인 9일 멕시코만 바다에 접한 텍사스 남부 브라조리아 카운티에서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으면서 수중 산소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 세계 해수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에 '엘니뇨'까지 더해져 한동안 높은 해수온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올해 전 세계 해수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에 '엘니뇨'까지 더해져 한동안 높은 해수온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라니냐(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낮은 현상)가 이어지면서 서태평양 인도네시아 부근 해역에 온수층이 형성됐으나, 올해는 반대로 동태평양을 중심으로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했고, 이런 현상은 대서양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환경·기후 전문가들은 영국과 아일랜드 해안에서 전례없는 해양 폭염이 발생해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영국 북동부 해안과 아일랜드 서부 연안의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더 높아 늦봄과 초여름의 기록을 경신했다. 북해와 대서양은 이보다 더 높은 기온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북해의 일부 지역을 '극단적'으로 간주되는 '해양폭염'으로 분류했으며, 영국 연안 지역은 평상시보다 온도가 5도 더 상승했다. 

영국 기상청은 새로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이런 높은 해수 온도가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의 다니엘라 슈미트(Daniela Schmidt) 교수는 "전례없는 극심한 기온은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와 엘니뇨와 같은 자역적인 기후변화의 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며 "해양 폭염은 지중해같은 따뜻한 바다에서 발견되지만, 이번 처럼 북대서양 지역의 이상 기온은 전례가 없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해양 폭염으로 인한 해양 동식물의 대량 폐사로 어업 수입·탄소 저장·문화적 가치·서식지 손실 등 수억 파운드의 손실을 초래한 사례가 많았다"며 "우리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 한, 폭염은 계속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다. 해수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10년 이상 해양 폭염에 대해 연구해 온 영국 해양생물학협회의 댄 스메일(Dan Smale) 박사는 영국과 아일랜드 주변의 바다에 발생한 이상 기온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아직은 대부분의 해양생물 종에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이상 기온이 해양생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며 "(이런 고온 현상이) 여름까지 계속된다면 다시마·해초·어류·굴의 대량 폐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기상청은 평년보다 따뜻한 해양 온도가 극지방 해빙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의 에드 블로클리(Ed Blockley) 박사는 "현재 북극 해빙의 범위는 장기 평균보다 훨씬 낮다"며 "남극 해빙은 2016년 11월 이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2월 최소 해빙 면적을 두 번 연속 기록한 데 이어, 연중 최저치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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