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석유 의존 경제' 한계…경제난으로 정유시설 멈추면 석유 유출 악순환 
경제문제와 뗄 수 없는 환경문제…마두로 대통령, OTCA 활성화 제안
최근 마라카이보 호수에 또 석유 유출…주민 불만 고조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경제난이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경제난이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경제난이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는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지만 자국민들은 석유가 부족해 연료난을 겪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중동 지역의 일부 산유국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석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흐름이다. 반면, 국가경제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유가에 따라 경제혼란이 가중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대금으로 국내에 필요한 물품을 수입하지만, 정부의 외환통제정책으로 외화가 부족해지면 기본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겪게 된다. 여기에 석유회사의 부실경영과 유가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 등이 겹치면 경기침체가 더 심해진다. 일부 국가에서 원유를 담보로 차관을 제공하기도 하나, 원유 생산이 감소하면 대출 상환도 어렵게 돼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순위는 경제난 극복이겠으나, 석유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 문제도 더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최빈국의 부채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에 이미 부채가 많이 쌓였던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식량·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각국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최빈국들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엔개발계획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5개국은 정부 수입의 5분의 1 이상을 대외 부채 상환에 지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베네수엘라(240.5%)였다. 

지난해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저소득 국가에 집중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1992~2013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전 세계에 수조에서 수십조 달러의 경제적 손해를 유발했으며, 그 피해는 저소득 국가들에 집중됐다. 

온실가스는 부유한 국가들이 더 많이 배출하지만 기온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 국가들이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는 폭염으로 1인당 GDP가 5%까지 떨어졌으나, 선진국인 캐나다와 핀란드는 1%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지난해 유엔(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를 앞두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 20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V20'(Vulnerable Twenty Group)은 부자 국가들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술리아주(州) 마라카이보 호수에서 가마우지 한 마리가 기름에 뒤덮여 있다. 마라카이보호수는 수년간 여러 차례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나 오염이 심각하다. /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술리아주(州) 마라카이보 호수에서 가마우지 한 마리가 기름에 뒤덮여 있다. 마라카이보호수는 수년간 여러 차례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나 오염이 심각하다. /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그해 11월 8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 참석해 고위급 대화에서 남미 아마존 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아마존협력조약기구(OTCA)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OTCA는 중남미 지역의 환경기구다. 회원국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 등 8개국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이들 8개국에 걸쳐 있다. 

범 국가적인 기후변화 대응과 별개로 자국 내에서는 석유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석유는 베네수엘라의 가장 큰 수입원이지만, 경제난 가속화로 멈춰선 정유시설에서 유출된 기름이 바다와 호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의 대부분이 시추되는 마라카이보 시의 호수는 경제난을 겪을 때마다 석유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해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도 석유가 호수에 대량 유출돼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베네수엘라 카리브해 해안가에서 길이 5.6km, 너비 1.5km에 이르는 기름 띠가 관측되기도 했다. 당시 베네수엘라 정부는 기름 유출이 있었다고 시인했으나, 유출 원인과 유출된 양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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