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갯벌, 육지 숲보다 이산화탄소 흡수 속도 빠르고 저장량 더 많아
연간 경제적 가치 230억원…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최근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한 연구·투자 활발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전 세계 국가들의 주요 과제가 된 시대, 갯벌이 효율적인 탄소흡수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육지의 숲보다 이산화탄소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 빠른 갯벌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국가 자산이다. 과거 간척과 매립에 의한 파괴로 점철된 한국의 갯벌은 탄소중립이 주요 이슈가 된 최근에야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관리·복원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우리나라 갯벌의 역사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과를 비롯해 갯벌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활용하려는 정부의 노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갯벌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저장 속도와 저장량에 있다. 갯벌은 육지의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최대 50배 정도 빠르고 저장량도 더 많다.
갯벌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저장 속도와 저장량에 있다. 갯벌은 육지의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최대 50배 정도 빠르고 저장량도 더 많다.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크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흡수량을 늘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육지에서는 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면 바다에서는 갯벌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갯벌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저장 속도와 저장량에 있다. 갯벌은 육지의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최대 50배 정도 빠르고 저장량도 더 많다. 연평균 1.1mm씩 유기탄소가 반복적으로 퇴적돼 오랜시간 동안 탄소저장소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갈대 등 염생식물이 있는 염습지(鹽濕地)가 조성된 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비식생(非植生) 갯벌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더 많다. 염습지에서 자라는 염생식물과 갯벌에서 자라는 미세조류·잘피 등이 함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갯벌의 98%는 비식생 갯벌이다. 

◆ 연간 60만톤 이산화탄소 저장·흡수…경제적 가치 230억원

연간 이산화탄소 저장량과 흡수량이 약 60만톤(CO2/yr)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갯벌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탄소 저장량과 흡수량 60만톤에 탄소거래세(3만8000원/yr)를 적용하면 경제적 가치는 약 23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지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갯벌은 △서천갯벌(충남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4곳이다. 모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라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가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동시에 권고한 △유산구역 확대 및 통합관리체계 구축 △유산에 대한 추가적 개발 관리 △철새 보호를 위한 관련국들과의 협력 강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의 협력 등을 이행하기 위한 일환으로 2025년까지 9개 갯벌을 추가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갯벌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비식생 갯벌에서 염생식물 군락을 복원할 경우 탄소흡수력이 약 70% 향상되는 점을 주목, 갯벌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갯벌 식생 복원사업은 4년간 총 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통해 해양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 / 해양수산부 제공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통해 해양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 / 해양수산부 제공 

◆ 블루카본으로 인정되면 정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도움 

최근에는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한 연구와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도 있다. 

블루카본은 전 세계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2009년 유엔(UN) 보고서 '블루카본-건강한 해양의 탄소 포집 역할'에서 처음 언급됐다. 탄소 흡수속도가 육상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르고 수천 년이나 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행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지침에서 갯벌은 해양 부문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하는 블루카본에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은 △맹그로브숲 △염습지 △잘피림 등 3가지다. 

만약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게 되면 우리나라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엔에 제출하는 '국가 온실가스 통계 활용 감축 수단'으로 갯벌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블루카본을 통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이 같은 내용을 '제23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이 전략은 크게 △해양의 탄소흡수력 및 기후재해 대응능력 강화 △민간·지역·국제협력 등 블루카본 조성 참여 확대 △신규 블루카본 인증 및 장기 추진 기반 마련 등 3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위치한 갯벌.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제공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위치한 갯벌.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제공

신규 블루카본 후보군에는 비식생 갯벌이 포함됐다. 해수부는 우리나라 갯벌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최대 49만톤으로, 이는 승용차 약 20만대가 뿜는 탄소의 양과 유사하다는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기술개발 연구단'(블루카본사업단)의 연구결과도 함께 언급했다. 

해수부는 비식생 폐염전·폐양식장 및 방치된 간척지 등에 해수(海水)를 유통해 갯벌로 복원하고 탄소흡수기능을 회복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전체 갯벌의 절반 이상(1318㎢, 탄소 26만톤 흡수)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흡수원 가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비식생갯벌의 탄소흡수 연구도 더 활발히 진행된다. 국제 세미나·회의 등을 통해 블루카본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강화하고, 비식생 갯벌의 신규 블루카본 추가를 위한 국가제안서를 2024년 IPCC에 제출해 공론화할 방침이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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