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제성장의 이면…1987~2018년 국내 갯벌 23% 사라져
세계에서 가장 넓은 와덴 해 갯벌보다 생물다양성 우수 
최근 환경단체·학계 넘어 정부도 "갯벌 복원" 자성의 목소리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전 세계 국가들의 주요 과제가 된 시대, 갯벌이 효율적인 탄소흡수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육지의 숲보다 이산화탄소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 빠른 갯벌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국가 자산이다. 과거 간척과 매립에 의한 파괴로 점철된 한국의 갯벌은 탄소중립이 주요 이슈가 된 최근에야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관리·복원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우리나라 갯벌의 역사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과를 비롯해 갯벌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활용하려는 정부의 노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갯벌의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생물다양성도 훼손된다. 갯벌은 자연생태계 복원력이 뛰어난 박테리아와 갯지렁이·말미잘 등 저서생물을 비롯해 멸종 위기 바닷새들의 서식지이자 철새들이 쉬어가는 쉼터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갯벌은 지난 30여 년 사이 적지 않은 면적이 감소했다.  

해양수산부가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전국갯벌면적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갯벌 면적은 약 2.5%(2018년 기준 약 2482㎢)다. 1987년 3203㎢에서 무려 22.5%(약 721㎢)나 사라져버렸다. 산업과 경제 성장에 따른 간척 사업과 매립 등으로 많은 갯벌들이 훼손되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바다 모래 채취와 양식어장의 무분별한 확대 등도 갯벌 훼손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갯벌의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생물다양성도 훼손된다. 갯벌은 자연생태계 복원력이 뛰어난 박테리아와 갯지렁이·말미잘 등 저서생물을 비롯해 멸종 위기 바닷새들의 서식지이자 철새들이 쉬어가는 쉼터다. 

◆ 최초 간척 기록은 고려시대…1987~1997년 갯벌 면적 크게 감소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호수나 바닷가에 제방을 쌓아 그 안에 있는 물을 빼내어 육지로 만드는 간척(干拓)은 고려시대 몽골 침입기(1231~1257년)가 최초인 것으로 추정된다.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도에 천도했을 때 육지와의 연결이 자유롭지 않아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강화도 해안에 간척이 이뤄졌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서해안 해안지방은 간척 사업이 행해졌으나, 영조(1724~1726년) 때까지도 기중법을 이용한 공사 진행은 일반화되지 못했다. 당시 해안 개펄 위를 판자법을 이용해 제방 축조에 필요한 돌을 운반했던 점을 미뤄보면 대규모 방조제 공사 기술은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말기에도 소규모 간척 사업은 꾸준히 행해졌다. 다만, 간척촌의 유구(遺構)가 남아있지 않은 점을 볼 때, 본격적인 간척촌의 개척은 훨씬 뒤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갯벌 면적이 가장 크게 감소한 시기는 1987년부터 1997년 사이다. 새만금·시화지구·남양만·영종도 신공항(인천국제공항)·송도신도시 등 모두 810.5㎢의 갯벌이 파괴됐다. 이 때 경기‧인천 지역에서 사라진 갯벌만 341㎢에 달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간척지와 간척촌의 개발은 1920년대 이후 일제 식민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산미증산정책과 토지개량사업의 일환으로 본격 추진됐다. 대규모 토목 공사를 시행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이 1920년대에 와서야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이뤄진 대간척 사업이 1920년대 미면 간척사업이다. 

광복 이후에도 서해안 간석지(干潟地)에 대한 간척 사업은 활발히 진행됐다. 

1960년대에는 부안군 계화도 일대 간석지에 간척 사업이 진행돼 국내 최대 간척지가 조성됐으며, 1970년대 이후에도 크고 작은 간척 사업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로 인해 리아스식 해안을 자랑하는 서해의 해안선도 일부 변화를 겪어야 했다. 

특히, 1971년 '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은 1962년 최대 간척사업이었던 부안 앞바다 섬 '계화도 간척공사'의 연장선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그리고 1987년의 새만금 간척사업은 모두 김제 평야와 만경 평야 등 벼농사를 짓기 위한 농지조성 목적의 간척사업이다. 

갯벌 면적이 가장 크게 감소한 시기는 1987년부터 1997년 사이다. 10년 동안 새만금·시화지구·남양만·영종도 신공항(인천국제공항)·송도신도시 등 간척 사업으로 총 810.5㎢의 갯벌이 파괴됐다. 이 때 경기‧인천 지역에서 사라진 갯벌만 341㎢에 달한다. 이는 서울 면적(605.28㎢)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덴 해 갯벌보다 생물다양성 우수한 韓 갯벌 

간척개발로 몸살을 앓아온 우리나라의 갯벌과 달리, 200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와덴 해의 갯벌은 국제협력으로 되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와덴 해 갯벌을 비롯해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미국 동부 해안 갯벌 △캐나다 동부 해안 갯벌 △아마존 하구 갯벌 등은 세계 5대 갯벌로 평가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일·네덜란드·덴마크 3개국에 접한 북해의 와덴 해 갯벌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보전 상태가 양호하며 생태관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 3개국에 접한 북해의 와덴 해 갯벌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잘 보전돼 있으며 생태관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와덴 해 갯벌은 지난 2009년 세계자연유선에 등재됐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 3개국에 접한 북해의 와덴 해 갯벌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잘 보전돼 있으며 생태관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와덴 해 갯벌은 지난 2009년 세계자연유선에 등재됐다. 

와덴 해 갯벌과 접한 3개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와덴 해 연안에 공업단지를 건설하고 간척 등으로 농지를 확보하려 했지만, 이로 인해 갯벌이 파괴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에 독일이 먼저 1976년 자연보존법을 제정해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보호하기 시작했고, 1982년에는 네덜란드와 덴마크도 동참해 3개국이 와덴 해의 갯벌 보전을 담당하는 공동 사무국을 설치했다. 덕분에 현재 와덴 해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건강한 갯벌로 유지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2019년 실시한 '서해·남해서부 해역에 대한 해양생태계 종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갯벌은 와덴 해 갯벌보다 생물다양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갯벌의 서식 생물은 총 650종에 이른다. 이는 와덴 해 갯벌(400종)보다 1.6배 이상 수치로 우리나라 갯벌의 생물다양성 수준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위) 서산 고파도 갯벌복원사업 전(왼쪽)과 복원사업 후 비교. (아래) 서천 유부도 갯벌복원사업 전(왼쪽)과 복원사업 후 비교. / 해양수산부 제공
(위) 서산 고파도 갯벌복원사업 전(왼쪽)과 복원사업 후 비교. (아래) 서천 유부도 갯벌복원사업 전(왼쪽)과 복원사업 후 비교. / 해양수산부 제공

◆ 환경단체·학계 넘어 정부에서도 "갯벌 복원" 자성의 목소리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탄소중립 이슈가 대두된 최근 몇년 사이 환경단체와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갯벌을 보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갯벌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의 효율적인 활용과 미래가치 창출의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2020년 '갯벌법'을 시행,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가 마련한 '갯벌법'(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은 갯벌을 종합·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정책이다. 

추진 전략과 주요 내용은 △갯벌 관리의 과학적 기반 강화 △실효적 갯벌 관리 수단 확대 △갯벌 생태계 복원을 통한 탄소흡수원 확충 △갯벌 생태계서비스의 활용성 증진 등이 담겨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4.5㎢의 갯벌을 복원하고, 2050년까지 갯벌 식생복원을 통한 신규 23만톤의 탄소흡수원 조성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갯벌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블루카본을 통한 탄소흡수량도 곧 정확한 수치가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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