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5곳 중 3곳 '모녀' 손…형제 측 외면
한미그룹 임직원, 통합 찬성
임주현 사장, 오늘(25일) 임종윤 사장에 대여금반환청구소송 제기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두고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대로 임종윤·종훈 형제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25일 재계 및 제약바이오에 따르면 국내외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임주현 사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한미 측 이사 후보 6명에 대한 찬성 의견을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21일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앞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주주가치를 위해서는 원활한 이사회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회사 추천 후보에 일괄 찬성을, (임종윤 측) 주주 제안에 일괄 반대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사 통합을 위한 주식거래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동안 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 이슈로 주가에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제기됐으나, 이번 거래로 상속세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종윤 측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주주 제안자가 오너 일가인 경우 자신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행동이 주주의 이해관계와 항상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의 이사 후보가 선임되면 이사회는 교착상태에 빠져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회사와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주 제안자가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회사의 성장 계획이나 비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 6명에 대해 전원 찬성, 형제 측 5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또다른 글로벌 자문사 ISS는 회사 측 후보 중 3명에 찬성, 형제 측 후보 중 2명에 찬성하며 사실상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KCGS)은 주주제안(임종윤·종훈) 측 5명 중 4명 찬성, 회사 측 6명 선임안엔 반대가 아닌 '불행사'를 권고했다. 

즉,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 가운데 3곳이 한미사이언스 손을 들어줬고 한 곳만이 형제 측 제안에 찬성했다. 나머지 한 곳은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사우회(보유 주식 23만여주)’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으로 결의하기로 했다. 

한편 임주현 사장은 오는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OCI그룹과 통합 이후 3년간 대주주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창업주인 아버지 고(故) 임성기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하면서 회사와 주주의 가치 제고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또한 형제들에 ‘1조원 투자 유치’ ‘시총 200조 원 기업 육성’ 등과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로 주주 현혹을 중단하고, 경영권 매각을 운운하며 회사를 욕보이지 말라고 지적했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한미그룹-OCI그룹 통합의 대전제는 어머니(송영숙 회장와 본인의 지분을 프리미엄 없이 양도하는 것이었다"며 이는 회사의 경영을 기존 경영진에게 맡기기 위한 조건이었고, 고 임성기 회장의 신약개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리스크는 상속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OCI와의 통합을 통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며 "그런데 오빠와 동생은 새로운 자금이 회사에 수혈되는 것을 막으면서, 노골적으로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주현 사장에 따르면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임종윤 사장을 만나 한미그룹 경영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임주현 사장은 "형제들이 이런 사실은 숨기고, 한미-OCI통합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의 사익을 위한 경영권 매각이라고 운운하며 회사를 욕보였다"면서 "통합이 마무리되더라도 형제들의 지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형제들이 ‘1조원 투자 유치’ ‘시총 200조 원 기업 육성’과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주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현제들이 재무건전성이 의심되는 코리그룹, 디엑스브이엑스와 한미그룹 간 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형제들에게 채무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주주들에게 공언한 1조원 투자 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임주현 사장은 오빠 임종윤 사장을 향해 "지금까지 무담보로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대여금 266억원을 즉시 상환하라"며 25일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종윤·종훈 사장에게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구체적 대안과 자금 출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최근 형제 편에 선 신동국 한양정말 회장에게는 OCI와 통합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알리지 않은 것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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