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황선홍 임시 체제서 한국 축구, 태국과 2연전서 1승 1무…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도 수습
이제 대한축구협의 정식 감독 작업 성과 나와야 하는 시점
5월 초에는 선임 작업 완료해야… 물론 정해진 절차를 밟은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이 필요
황선홍 감독. /KFA 제공
황선홍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소방수로 투입된 황선홍(56) 임시 감독이 한국 축구의 위기를 봉합했다. 이제 임시 감독 체제는 끝났다. 정식 감독 선임의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황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태국에 3-0 완승했다. 3승 1무(승점 10)가 된 한국은 2위 중국(2승 1무 1패·승점 7), 3위 태국(1승 1무 2패·승점 4)과 격차를 더 벌리며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어려운 시기에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태국과 2연전을 1승 1무로 마치며 임무를 완수했다. 아울러 가장 큰 문제였던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 2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앞두고 이강인이 일부 동료들과 탁구를 치려다 이를 말린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대표팀 하극상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손흥민과 이강인. /KFA 제공
손흥민과 이강인. /KFA 제공

이후 이강인이 손흥민과 팀 동료에게 사과했으나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강인을 3월 A매치에 뽑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정면 돌파를 강행했다.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다툼은 그라운드에서 풀어야 한다며 이강인을 대표팀에 뽑았다. 임시 감독 부임 당시 그는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 선수로 생활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기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축구를 하면서 어려운 때는 피해 가고 쉬울 때만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황 감독의 바람대로 그라운드에서 하극상 논란을 지워냈다. 태국전 후반 9분 두 선수의 합작골이 터졌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이강인이 내어준 패스를 손흥민이 마무리하며 골을 만들었다. 득점 후 두 선수가 포옹 세리머니를 하며 대표팀 하극상 논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강인을 선발한 황 감독의 믿음이 통했다.

소방수 임무를 완수한 황 감독은 태국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승리로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지도자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갈 길이 멀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이제 A대표팀 업무를 정리한다. 고생하는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잘 준비해서 올림픽 예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감독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제 한국 축구의 미래는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에 바통이 넘겨졌다. 지난달 21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따르면 당시 촉박한 시간 탓에 외국인 감독보다는 한국인 정식 감독 체제가 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을 고려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 이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난 만큼 국내외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의 성과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 선임 절차를 밟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축구협회는 그간 대표팀 감독 선임, 해임 과정을 불통으로 일관해 왔다. 표면적으론 감독 선임과 관련해 공정한 절차와 투명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는 인사 시스템을 축소해 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제2의 클린스만 선임 사태’를 피하기 위해선 정해진 절차를 밟은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한국은 6월 A매치 기간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5, 6차전 일정으로 싱가포르, 중국전을 치러야 한다. 새 사령탑이 대표팀을 파악하고 한국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선 못해도 5월 초에는 선임 작업이 완료해야 한다. 선임 작업이 늦어지면 6월 A매치에서 또 다른 국내 소방수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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