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선수를 기억하는 방법 ‘별명’…영광부터 흑역사까지 다양
‘류또죽’, ‘벽맘’ 등 팬들 기억에 남아 있는 별명 유래
'류또죽'의 당사자 '페이커' 이상혁과 '류' 류상욱 / 사진=T1 Faker 유튜브 캡처
'류또죽'의 당사자 '페이커' 이상혁과 '류' 류상욱 / 사진=T1 Faker 유튜브 캡처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스포츠 선수에게 별명은 팬들이 선수 스타일이나 업적을 기억하는 상징과도 같은 의미다. 선수 입장에서는 좋은 의미의 별명이 오래 기억되길 바라지만 웃지 못할 흑역사에서 유래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별명이 때론 더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10년 역사를 가진 ‘리그 오브 레전드 코리아 챔피언십(LCK)’에도 수많은 선수가 자신을 상징하는 별명들을 남겼다. 그중에는 지금까지도 팬들에게 즐거우면서도 슬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별명들이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페어커와 류의 제드 대결은 아직까지도 LCK 최고 명장면으로 기록되고있다. / 사진=라이엇 게임즈
페어커와 류의 제드 대결은 아직까지도 LCK 최고 명장면으로 기록되고있다. / 사진=라이엇 게임즈

◆오늘도 죽고 있는 ‘류’…‘류또죽’ 류상욱

LCK와 유럽, 북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 ‘Ryu(류)’ 류상욱에게 2013년 LCK 서머 결승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최고 미드라이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소속팀 KT Rolster Bullets(현 KT Rolster)를 결승에 올려놨다.

하지만 그를 가로막은 건 당시 신인이었던 ‘페이커’ 이상혁이 속한 ‘SKT T1 K’(현 T1)였다. 당시 KT는 연달아 1, 2세트를 따내며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지만 연거푸 3, 4세트를 내주며 운명의 5세트에 돌입했다.

류와 페이커는 모두 암상자 챔피언 ‘제드’를 선택하며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지만 라인전부터 류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점차 승기가 SKT로 넘어갔다. 결정적으로 풀피였던 류의 제드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페이커 제드에게 피지컬 싸움에서 밀리며 데스를 헌납하며 승리의 추가 완전히 SKT로 기울었다.

당시 경기를 시청한 관계자는 물론 팬들까지 충격에 빠졌으며 지금까지도 LCK 역사상 최고의 장면으로 남았다. 페이커와 류의 제드 일기토 장면은 수많은 커뮤니티에 퍼지며 류는 아직까지도 ‘오늘도 죽는 류’, ‘류또죽’으로 언급되고 있다.

'갱망' 이창석 / 사진=T1
'갱망' 이창석 / 사진=T1

◆그가 벽을 넘었더라면…‘벽맘’ 이창석

수비형 선수라는 이미지와 달리 유쾌한 모습과 뛰어난 화술로 큰 사랑을 받은 ‘갱맘’ 이창석은 늘 ‘그가 벽을 넘었더라며 최고의 선수가 됐다’는 웃픈 전제가 따라다니는 선수다. 

2013년 LCK 서머 3-4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갱맘 소속팀이던 ‘CJ 프로스트’는 강팀 ‘MVP 오존’과 예상을 깨고 풀세트 접전을 이어갔다. 경기 중반 상대 4명을 전사시킨 CJ는 미드 2차 타워를 철거하고 바론 사냥에 나섰지만 부활한 MVP에게 바론을 스틸당하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당시 갱맘의 제드가 W스킬로 벽을 넘지 못하며 상대 견제에 실패해 스틸에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갱맘이 벽을 넘지 못해 바론을 뺏겼다’, ‘그가 벽을 넘었더라며 많은 게 바꼈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오며 갱맘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갱맘은 이후 개인방송 등에서 벽에 대한 별명에 대해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줬다.

'기인' 김기인(왼)과 '테디' 박진성 / 사진=LCK
'기인' 김기인(왼)과 '테디' 박진성 / 사진=LCK

◆소년가장에서 최종병기로…‘71인’ 김기인‧‘넥서스’ 박진성

광동 프릭스의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과 ‘테디’ 박진성은 각각 팀에서 소년가장 모습을 보이며 팬들을 웃고 울게 했다. 국가대표 탑으로 불리는 기인은 아프리카 프릭스(현 광동)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며 ‘71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기인이 71인분을 해야 팀이 이긴다는 가슴 아픈 뜻이 있으며 팀이 이기면 ‘기인이 71인분을 해냈다’, 팀이 패배할 경우 ‘기인이 71인분을 못해서 졌다’고 쓰인다. 대표적으로 2018년 롤드컵 8강전 아프리카는 C9을 상대로 패배했는데 당시 기인은 팀이 이긴 경기와 패배한 경기 모두 상대팀 포함 10명 중 가장 높은 딜을 기록했다. 팀원들이 부진한 와중에도 기인 혼자 게임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본 팬들은 아픈 가슴을 붙잡았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테디는 ‘넥서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최종병기라는 의미를 지닌 별명이지만 진에어 그린윙스 시절 소년가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진에어 시절 약팀 원딜의 대명사였던 테디는 리그에서 테디가 전사하는 횟수보다 넥서스가 더 많이 파괴됐다고 해서 넥서스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실제로 테디가 전사할 때마다 진에어의 승률은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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