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산사회복지재단, 한국조선해양 지분 팔아 HD현대 주식 매입
총 856억 소요…지분율 1.92%에서 3.90%로 점프
"고배당주로 투자처 이동" 강조, 저가 매수 효과 톡톡
정몽준·정기선 승계 직·간접 돕기 관측도
HD현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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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현기 기자]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 지분을 줄기차게 사들이는 곳이 있습니다. 현대아산병원을 갖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입니다.

아산재단은 지난 1977년 7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창립 30주년을 맞아 세운 공익법인입니다. 지금은 정 전 명예회장 6남인 정몽준 전 의원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 아산재단이 지난 6개월간 현대중공업그룹 맨 꼭대기에 있는 HD현대 주식을 틈날 때마다 매입하는 것입니다. 지난 2월 28일 118주를 시작으로 많을 땐 하루에 10만주 이상도 샀습니다. HD현대 발표로는 지난 달 19일까지 총 856억원을 들여 155만7695주를 취득했습니다. 연초 1.92%였던 지배력도 껑충 뛰어 지금은 두 배 이상인 3.90%가 됐습니다.

정 이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오너인 터라 아산재단의 HD현대 주식은 고스란히 정 이사장 특별관계자 지분으로 편입됩니다. 정 이사장(26.60%), 정 이사장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5.26%)에 이어 아산재단이 오너가 내 3대 주주 지위를 확고히 다진 셈입니다.

아산재단 측은 높은 배당률을 HD현대 지분율 확대 이유로 꼽습니다.

HD현대는 지난 수년간 주당 3700원(액면분할 이전 1만8500원)을 결산배당으로 책정, 주주들에게 꼬박꼬박 나눠주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비상장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을 중간배당(주당 1750원)으로 내놨고, 올해는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이익이 급증하면서 주당 900원을 이미 지급했습니다.

매년 주당 3700원을 기본으로, 최근엔 중간 배당까지 지급하고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괜찮은 투자처인 셈입니다. 실제 아산재단이 올해 취득한 155만7695주의 주당 평균매입가는 5만4936원으로 결산배당만 놓고 보면 배당률이 6.73%에 달합니다. 배당액도 58억원(세전)가량 됩니다. 이에 더해 지난해와 올해처럼 두둑한 중간배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산재단은 지난해까지 갖고 있던 그룹 내 조선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지분 99만주를 주당 8만6700원, 총 858억원에 내다팔았는데 이 돈을 갖고 지주사 HD현대 주식을 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배당을 준 적이 없어 아산재단 입장에선 HD현대로 ‘갈아탈’ 명분이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LNG선 호황,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 27일 HD현대 주가가 6만2500원까지 올랐으니 아산재단 입장에선 비교적 낮은 가격에 지주사 주식을 효과적으로 챙긴 셈입니다.

이에 더해 재계에선 아산재단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당면 과제인 승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71세인 정 이사장과 40세 정 대표 부자간 승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그룹 내 현안입니다. 이를 위해선 둘 사이 증여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행 세법으론 최대주주 할증이 붙어 증여가액에 60% 가까운 세금이 부과됩니다. 지분율 26.60%인 정 이사장이 10%만 장남에게 증여해도 세금이 2500억원 정도 붙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따라서 아산재단의 지분 매입이 그룹 내 승계를 간접적으로 돕는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물론 HD현대 측은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 법령을 들어 ‘아산재단의 승계 돕기’ 해석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9일부터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5조 2항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총수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의 경우, 총수가 지배하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아산재단의 HD현대 지분 취득이 투자 차원임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임원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등에 대해선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 의결권이 부활하는 예외 조항이 있고, 또 공익법인 이사장이 총수로 있는 곳의 지주사 지분 취득이란 점을 들어 순수 투자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적지 않습니다.

향후 아산재단 지분을 우호 세력(백기사)이 넘겨받는 시나리오도 있어 승계 과정에 여러모로 플러스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아산재단은 당초 HD현대 지분 취득 상한을 3.95%로 뒀습니다. 현재 3.90%를 기록하고 있어 당장 추가 매입이 일어날 확률은 일단 적습니다.

그러나 추후 아산재단이 지분을 더 살 수도 있고, 정 이사장 장녀 정남이씨가 상임이사로 있는 아산나눔재단도 HD현대 주식을 0.49% 갖고 있어 공익법인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승계에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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