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부 악성 팬, 선수들의 애장품 중고 시장에 판매
선수들도 팬들도 모두 상처
안산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다. 최근 자신의 올림픽 기념시계를 고가에 판매하려고 한 이에게 강한 분노감을 표출했다. /연합뉴스
안산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다. 최근 자신의 올림픽 기념시계를 고가에 판매하려고 한 이에게 강한 분노감을 표출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개인전·여자 단체전·혼성 단체전)을 차지한 안산(21·광주여대)이 자신의 올림픽 기념시계를 고가에 되팔려고 한 이를 향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안산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한 이용자의 기념시계 판매 희망 게시물을 공유하며 "나 줘 얼마에 팔 건데. 팔 거면 받지 말든가. 달라는 사람 많은데"라고 썼다.

앞서 게재된 게시물에는 안산의 사인이 포함된 기념시계 사진과 함께 "그 도쿄올림픽 양궁 안산 선수 사인 시계 사실 분 계신가요?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 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안산은 "내가 이걸 팔았느냐. 선물이잖아 선물. 필요 없으면 그냥 조용히 버리든가 나눔을 하라"며 "마음을 줬는데 그걸 왜 네 용돈벌이로 쓰냐"고 분노했다. 거친 표현으로 논란이 일자 안산은 해당 글을 지우고 "부모님께서 제작해서 여러 지인 분 나눠드린 시계가 '제시 플미(프리미엄)'로 올라오는 게 속상해서 그랬다"며 "팬 분들이 구입하시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구매하실까 차라리 제가 사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선수의 사인이 적힌 애장품이 중고거래되는 사례는 꽤 많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돌아온 프로야구 SSG 랜더스 토종 에이스 김광현(34) 역시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그는 올 시즌부터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하고 있다. 'KK 위닝 플랜'으로 불리는 그의 선물은 자비들 들인 것이다. 또한 구단과 직접 아이디어를 나누며 제작한 터라 애정이 들어가 있다. 선물은 김광현이 승리투수가 되면 제공된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이미 전달됐거나 전달 예정 중인 선물들도 많다. 그러나 그가 손수 준비한 선물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왔다. 김광현은 "줄을 서서 받으려고 하는 팬들을 보면서 뿌듯했고 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라 생각해 기뻤다"며 "그런데 중고거래 사이트에 상품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운동 시간을 빼고 남은 시간 구단과 상의해서 정말 어렵게 준비하는 선물이다. 계속 드릴 것이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올라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밝혔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훈련 종료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끝까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훈련 종료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끝까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방한해 K리그 올스타인 팀 K리그, 세비야(스페인)와 친선 경기를 치르고 떠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선수들도 비슷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손흥민(30)을 포함한 토트넘 선수들의 사인 물품 역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국민 타자' 이승엽(46)은 사인에 인색해 팬들에게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의 사인 물품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후 사인에 다소 인색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현역에서 은퇴한 후 사과의 뜻을 전했다. 후배들을 위한 강연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이제는 '팬 퍼스트'에 앞장서고 있다.

선수와 팬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부 팬들의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몰상식한 일들이 벌어질수록 선량한 다수의 선수들과 팬들이 받는 상처는 더 깊어진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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