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일 풀럼전,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 내려놓고 좋은 활약
'키 패스' 성공 수치 인상적... 도우미 임무 자처
콘테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 자신감 되찾을 수 있었던 힘
손흥민은 3일 풀럼전에서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놨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3일 풀럼전에서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놨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부담감’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장 큰 적이다. 특히 프로 스포츠에서는 높은 몸값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급격한 부진에 빠지는 선수들도 많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마찬가지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올 시즌 초반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도 이 부담감에 사로잡히며 자신감을 잃었다. ‘2021-2022시즌 득점왕’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손흥민을 바라보는 팬들은 매 경기 득점포를 터트려주길 바랐다. 골을 기록하지 못하면 ‘부진’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벌써부터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한 시즌 만에, 더 정확히는 3개월 만에 평가가 완전히 뒤집혔다.

스포츠 선수들은 본인에 대한 경기력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가장 답답한 것은 손흥민 자신이다. 계속되는 침묵에 초조함과 조급함이 온몸을 감쌌다. 경기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안 풀리던 경기가 더 안 풀렸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시원함이 묻어있던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달랐다. 특히 축구 선수들에게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것은 터치와 슈팅 타이밍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떨어져 있었다. 부담감으로 근육이 경직된 탓에 터치 실수가 잦았고, 더 좋은 각도에서 슈팅을 때리기 위해 주저하다가 상대 수비에 막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3일(이하 한국 시각) 풀럼전(2-1 승)은 달랐다. 비록 골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놨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시종일관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볐다. 특유의 속도를 살린 자신감 넘치는 돌파도 유감없이 선보였다. 또한 공격 포지션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55차례 볼 터치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노팅엄 포레스트전·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선발로 출전한 선수 중 가장 적은 볼 터치(평균 30.5회)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긍정적인 변화다. 

손흥민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사령탑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이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사령탑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이 있다. /연합뉴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키 패스’ 성공 수치다. 득점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고, 도우미 임무를 자처했다. 동료의 슈팅으로 직접 연결된 키 패스를 5개나 만들어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원터치 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패스 성공률 97.1%를 기록하는 등 공격진에서 연결고리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손흥민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사령탑 안토니오 콘테(53·이탈리아)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이 있다. 대개 공격수들의 침묵이 길어지게 되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손흥민은 개막 이후 6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자리를 지켰다. 아울러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을 때도 콘테 감독은 제자를 감쌌다. 감독과 선수 간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노팅엄 포레스트전(2-1 승)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콘테 감독은 “지금 득점하지 못해서 손흥민이 엄청나게 힘들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계속 이런 식으로 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매 경기 언제든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우리는 그를 믿고 있다. 그는 팀에 중요한 선수이자 저의 축구 비전 일부분이다”고 손흥민을 다독였다.

풀럼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자 콘테 감독은 주저 없이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그는 “풀럼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손흥민이 풀럼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생각한다면 그의 최근 침묵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 조만간 골을 넣을 것이다”라며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손흥민은 3일 풀럼전에서 득점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도우미 임무를 자처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3일 풀럼전에서 득점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도우미 임무를 자처했다. /연합뉴스

손흥민과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는 해리 케인(29·잉글랜드)도 힘을 불어넣어 줬다. 지난달 29일 노팅엄전 후 케인은 “손흥민이 아직 득점하지 못해 좌절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토트넘에 중요한 선수다. 우리가 올해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손흥민이 계속해서 자기 일을 해야 한다. 그는 분명히 골을 넣을 것이다”라고 동료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좋은 팀 성적도 손흥민의 경기력이 돌아올 수 있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토트넘 홋스퍼는 4일 오후 기준으로 4승 2무 승점 14를 마크하며 리그 3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 6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격진에서는 케인(5골), 데얀 쿨루세프스키(22·1골 2도움), 히샬리송(25·2도움) 등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팀 전체로 놓고 봐도 6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하며 경기당 2득점을 마크했다. 다른 팀들과 비교(올 시즌 리그 득점 4위)해도 화력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손흥민이 6경기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팀의 승패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료들이 활약해준 덕분에 자신에게 가중되는 득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자신감을 찾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번 셈이다. 이제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감독과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게 멋진 활약을 선보일 일만 남았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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