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제위기에 국가재정 부담…"보편적 노인복지 대상 줄어들어 두꺼운 지원 가능"
KDI "2025년부터 10년마다 1세씩 조정"…정년 연장·임금지급 시기 등 고민 필요
상향 조정 폭·시기 결정 과정에서 고령 취약계층 건강 등 감안할 필요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란 주제로 발표를 하기에 앞서 영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란 주제로 발표를 하기에 앞서 영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2025년에는 노인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전망되는 가운데, 노인연령 상향조정 가능성과 기대효과를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낮은 출생률과 세계 평균보다 높은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향후 30년 동안은 '노인들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올해 경제위기까지 겹쳐 관련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퇴직 후 연금수령까지 공백이 더 커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더심각해 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6일 '노인연령 상향조정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KDI에 따르면 만65세 이상인 현재의 노인연령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1954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유소년·노인부담을 총칭하는 인구부양부담은 2025년부터 본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석 팀장은 "현재는 인구부담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연령 조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면서도 "2025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가 인구부담이 증가하고, 곧 세계 최고의 인구부담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노인연령의 조정을 논의해야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 팀장은 "이번 제안 방식은 2025년부터 10년에 1세 정도로 지속적으로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2100년도에는 노인연령이 74세가 되고, 생산연령 대비 노인인구가 60%가 돼서 현재 기준에 비해서는 3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 팀장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상당히 어렵다"며 "상향 조정 폭과 시기 결정은 고령 취약계층의 건강 속도·개선 속도를 감안할 필요가 있고, 민간의 기대 형성, 행태 변화, 그리고 사회 제도의 조정 기간을 감안해 충분한 기간 동안 사전 예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정년 연장이나 연금수급 개시 연령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인연령을 높인다는 것은 66세, 혹은 67세에도 노인들이 노동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그 권리가 있다는 것은 그에 관해 노사가 논의할 수 있고,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만, 현재의 연공시스템을 유지한 상태로 정년 연장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 팀장은 노인연령을 상향했을 때 예산 절감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정책 대상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많은 노인복지 정책이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그러한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정책의 대상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예산으로도 더 두껍게 (줄어든 대상에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본격적으로 '노인 연령 상한'을 검토하는 데는 재정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공형 노인일자리는 올해 60만8000개에서 내년 54만7000개로 6만1000개를 줄이고, 대신 시장형 일자리를 23만7000개에서 27만5000개로 3만8000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인일자리가 2만3000개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기재부는 지난달 31일 "공공형 일자리를 공익적 가치가 높은 일자리로 개편하면서 취업이 힘든 고령자분들께는 공공형 일자리가 계속 제공될 수 있도록 해 고령층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신 민간 취업과 연계되는 민간 및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확대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내년도 노인일자리 수가 "소폭 축소"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투자규모(일자리 예산)는 오히려 소폭 증액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정부의 노인 일자리 계획. / 기획재정부
윤석열정부의 노인 일자리 계획. / 기획재정부

물론, 올해 경제위기로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가 더욱 부각됐지만, 정부가 노인연령 상향 이슈를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복지의 확대를 추구했지만,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우려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실제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인 2018년1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OECD 회원국 평균(12.5%)보다 3배 이상 높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46.5%)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연령대별 자살률 중 80대 이상이 67.4명으로 가장 높다는 통계도 있었다. 70대(46.2명)와 합치면 100명이 넘고, 30대(26.9명)와 40대(31명)·50대(33.3명)를 합친 것보다 많다. 노인 복지가 빈약하고 일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연령까지 상향하면 "65~69세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복지사각지대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이태석 팀장은 "일본·이탈리아·영국 등 주요국들이 노인연령을 상향조정할 때도 대폭적인 상향을 논의한 것은 아니었다"며 "10년, 20년의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노인연령을 높일 계획을 마련하고, 그 계획을 마련하기까지 지난한 사회적합의 노력들이 있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그래서 지금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스케줄에 따라서 노인연령을 높여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인연령 상향 계획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이라든지 교육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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