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사령탑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인터뷰
"벤투호는 한국 축구 사상 가장 좋은 스쿼드 구성"
"이제는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목표로 해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을 지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을 지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대전월드컵경기장=한스경제 박종민·강상헌 기자] “선수 면면을 보면 역대 가장 좋은 구성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던 허정무(67)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카타르 현지에서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벤투호에 힘을 실었다. 프로축구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허정무 전 감독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본지와 단독인터뷰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이란 무대가 쉬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 명단을 보면, 어느 도전 때보다 더 좋다. 이번이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은 강점

허정무 전 감독은 “양쪽 풀백이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역대 대표팀들과 비교하면 절대 약하지 않다. 수비엔 세계적인 수준의 수비수 김민재(26)도 있다.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은 특히 강점이다. 미드필더진은 해외파 위주로 짜여 있다. 역대 최고다. 공격에도 손흥민(30), 황희찬(26), 황의조(30), 조규성(24) 등이 포진해 있다”고 평가했다.

안와골절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경기 출전 가능성에 대해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선수다. 경기에 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안와골절이 어떤 부상인지 (의학적으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김태영(52) 선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뛰었다. 조심해야 할 부상이지만 뛰냐, 못 뛰냐에 큰 영향을 주는 부상은 아닐 것이다. 주장이고, 월드컵 무대인 만큼 반드시 뛸 것이라 본다”고 확신했다.

16일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카본 재질로 제작된 마스크를 쓰고 훈련에 임했다. 왼쪽 눈 주위는 여전히 부어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미래는 볼 수 없으니까 갖고 있는 에너지와 실력을 최대한 뽑아내 이번 월드컵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허정무 전 감독은 고희(古稀)를 앞둔 한국 축구의 원로다. 차범근(69) 전 감독을 비롯해 박지성(41), 손흥민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다 인연이 있다. 허정무 전 감독은 “옆에서 다 지켜봐 왔던 선수들이다. 모두 노력형 선수들이었다”며 “차범근 전 감독은 선수 시절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다. 박지성 선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함을 갖고 있는 노력형 선수였다. 손흥민 선수 역시 노력파다”라고 전했다.

특히 손흥민을 두곤 “아버님(손웅정 씨)이 축구 선수 출신이라 개인 운동을 꾸준히 시켰다. 손흥민 선수가 바이에르 레버쿠젠(독일) 소속이던 시절 저도 훈련 장소에 몇 번 가봤는데 팀 훈련이 끝나고도 따로 드리블, 슈팅 등 개인 훈련을 꼭 하더라. 그래서 EPL 득점왕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칭찬했다.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근현 기자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근현 기자

◆ 기본기 쌓아야 한국 축구도 발전

허정무 전 감독은 외부 요인에서도 벤투호의 선전 가능성을 엿봤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맞붙을 상대 팀들이 예상보다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허정무 전 감독은 “24일(이하 한국 시각) 맞붙는 우루과이의 경우 루이스 수아레스(35)나 에딘손 카바니(35)가 2010년 대회 등 과거에 비하면 많이 노쇠했다. 한국이 1차전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이유다. 28일 대결하는 가나는 조직력에서 허술한 면이 있다. 경기 템포가 짜임새 있고 빠르게 운영되는 게 아니라 다소 어수선하더라. 아프리카 팀들은 템포가 빠르지 않은 경향이 있다. 대표팀이 수비 전환을 하고 준비할 여유가 있다. 순간 압박을 효과적으로 해서 공을 빼앗고 빠른 공격으로 이어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12월 3일 상대하는 포르투갈도 조직력에서 다른 유럽 팀들과 비교해 크게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의 기량도 전성기와 비교가 안 된다. 포르투갈과 승부는 조별리그 3차전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분명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유럽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이 개최지인 카타르의 기후와 환경에 더 익숙할 것이다”는 허정무 전 감독은 “2010년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으니 이번엔 8강 진출을 목표로 잡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정무 전 감독은 축구 외길을 걸어왔다. 선수와 감독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세월이 많지만, 대표팀 트레이너, 코치, 해설위원, 행정가(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다.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축구로만 50년 안팎의 세월을 보내온 그에게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약점과 개선책을 물었다. 그러자 “골 결정력 부족과 실책이다. 결국은 기본기 문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마친 후 여기저기에 유소년 축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과 축구 선진국인 유럽의 선수 육성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학원, 학교 성적 위주이지만 유럽은 연령별 기본기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 어린 선수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유소년 축구에 더욱 신경 써야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무 전 감독은 “저는 축구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남은 인생도 재능과 경험, 노하우를 살려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런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슴 속 깊이에서 우러나온 축구 전설의 진심이 느껴졌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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