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사령탑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인터뷰
"남아공 월드컵 출전 당시 선수단에 고마워"
"전체가 하나로 뭉쳐 큰 힘 발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사령탑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사령탑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대전월드컵경기장=한스경제 박종민·강상헌 기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는 한국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물론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16강 진출도 그에 못지않은 큰 이정표다. 원정 월드컵에서 이뤄낸 가장 좋은 성적이기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 허정무(67)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14일 대전에서 만났다. 프로축구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12년 전 월드컵의 기억을 더듬었다.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1-2로 졌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운을 뗀 그는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허정무호는 당시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쳤지만, 2차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했다.

허정무 전 감독은 경기 내용과 패배 후 선수들의 자세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경기는 주도하다시피 했다. 대표팀이 역대 아르헨티나전에서 그렇게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끝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서 ‘잘했다. 피곤할 텐데 쉬어라’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했는데 주장 박지성(41)이 와서 훈련을 요청해왔다. 선수들이 바로 훈련에 임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그게 대표팀이 선전한 원동력이었다. 나이지리아와 3차전을 앞두고 강한 의지와 단합된 마음을 보였다. 선수들에게 고마웠다”고 고백했다.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허정무호의 주장 완장은 박지성이 찼다. 당시 박지성은 최고참격 선수가 아니었다. 이운재(49), 안정환(46), 이영표(45), 김남일(45), 이동국(43) 등이 포진해 있어 박지성은 중간 위치였다. 허정무 전 감독은 “중고참 박지성은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좋게 이끌었다.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하겠다고 나왔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까지도 고맙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지성은 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선수로 유명하다. 허정무 전 감독은 그런 박지성을 오랫동안 눈여겨봤다. 1998년 첫 인연을 맺은 후 공백기가 있었지만, 2010년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나 깊은 정을 쌓았다. 허정무 전 감독의 선수 보는 안목은 축구계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는 지능과 재능, 체질, 성격이라는 4가지 기준을 갖고 선수를 뽑는다.

그는 “축구에선 상황 판단 능력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과 관련된 게 바로 지능이다. 선수의 재능도 중요하게 본다. 축구 감각과 센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또한 체질도 확인한다. 특히 회복 능력을 본다. 예를 들어 100m를 전력 질주하게 한 후 그 다음 동작을 재빠르게 이어가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살펴본다. 거기에선 작은 차이가 나더라도 그 차이가 90분 경기 동안 반복되면 엄청 큰 차이로 다가온다. 박지성은 회복 능력이 탁월했던 선수다. 거친 몸 싸움을 하고도 다음 동작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여느 단체 종목처럼 축구도 조직력이 생명이다. 허정무 전 감독은 선수 선발 시 성격도 본다. 그는 “아무리 앞에 언급한 3가지를 다 갖춰도 성격이 너무 낙천적이거나 게으르면 안 된다. 적극적이고 긍정적 사고 가진 사람이 발전 속도도 빠르다. 박지성, 이영표 같은 선수들은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었다. 강도 높은 훈련에도 표정을 찡그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즐겁게 받아들이고 노력했던 선수들이다. 4가지를 보면 실패보단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자신만의 선수 선발 철학을 밝혔다.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확고한 선발 원칙 덕분에 당시 대표팀은 조화로운 팀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대회 전 세트피스 득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많은 훈련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회 세트피스 상황에서 4골을 넣었다”며 “감독 입장에서 사실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은 팀이었지만, 선수단 전체가 ‘함께하는 축구를 하자’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선수들도 팀에 희생하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자 노력했다. 전체가 하나로 뭉쳐 큰 힘이 생겼다”고 힘주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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