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계에 병역비리 파문 몰아칠 조짐... 10여 명의 프로선수들 연루
이원석 검찰 총장, 철저한 수사 당부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저는 병역비리 가담자다."
29일 프로배구 안산 OK금융그룹의 조재성(27)이 브로커와 손을 잡고 병역 면탈을 시도한 사실을 시인했다. 더 큰 문제는 조재성 외에도 복수의 프로스포츠 선수가 이 브로커와 관계를 맺고 입대를 회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OK금융그룹 구단은 "조재성이 포털사이트에서 접촉한 브로커를 통해 병역 면탈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조재성은 당초 현역병 입영 대상이었으나 입대 연기를 위해 브로커를 만난 뒤, 흔히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뇌전증은 약을 복용하게 되면 1년 뒤에 병역판정검사 재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악용했다. 결국 올해 2월 다시 치른 신체검사에서 4급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역 면탈 시도를 도운 브로커 A가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의 ‘병역 면탈 합동수사팀’에 덜미를 잡혀 구속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조재성은 다음 달 초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게 됐고,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배제된 뒤 선수단 숙소를 떠났다.
다시 한번 프로스포츠계에 병역비리 파문이 몰아칠 조짐이 보인다. 조재성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병역 면탈을 시도한 선수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28일 SBS는 ‘조재성 외에도 축구를 비롯한 10여 명의 프로선수들이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군인 출신 행정사인 병역 브로커를 거쳐 뇌전증 진단을 받은 뒤 병역판정검사에서 면제 또는 사회복무요원(4급) 판정을 받은 수법이 모두 동일하다.
프로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이 병역 면탈을 시도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는 프로야구선수 수십 명이 소변에 혈액과 약물을 섞어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는 형태로 병역 면탈을 시도하다 적발된 바 있다. 2008년에는 90여 명이 ‘어깨 탈구’로 수술을 받아 병역을 회피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기소 대상자 중에는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선수 15명 등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가 65명이나 포함되며 큰 충격을 안겼다.
과거 사례들을 미뤄봤을 때 또 다른 브로커 등에 연루된 선수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향후 이번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축구연맹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28일 전 구단에 병역비리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거나 병역 면탈을 시도한 선수가 있는지 전수 조사를 진행한 뒤 내용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조사를 받는다고 무조건 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활동 정지 조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만약 조사를 받은 선수가 기소 또는 1심 판결 등 유죄로 확정이 나오면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자격정지 또는 제명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원석(53) 검찰총장은 29일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병역비리 사건을 직접 보고 받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에서 양석조(49)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프로배구·축구 선수들이 연루된 대규모 병역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을 직접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을 확대하고 병무청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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