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회 사무처, 윤 대통령 부부 풍자한 '굿바이전' 전시회 철거
정치평론가 "정부, 표현의 자유 보다 너그럽게 보길"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굿바이전 인 서울' 표현의 자유 침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정주(오른쪽)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굿바이전 인 서울' 표현의 자유 침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정주(오른쪽)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최근 ‘표현의 자유’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10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한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라는 풍자 만화가 금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정부가 엄중 경고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벌어진 데에 이어 지난 9일 윤석열(62) 대통령과 정치권을 풍자한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전시회가 국회 사무처의 전격 철거로 무산되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소속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서울 대학로에서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코미디는 현실에 대한 풍자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말초적으로 웃기기만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는 정치와 사회에 힘 있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만 인기 있고 국민 박수를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말바꾸기’ ‘공약 파기’ 등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권 풍자를 대처한 방법을 역대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모음집을 살펴보면, 역대 수상작의 상당수가 ‘빈부격차·환경 등 정치·사회 문제를 비판했다. 특히,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풍자가 많았다.

제5회 공모전이 열린 2004년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의혹과 측근비리 등을 이유로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인데, 당시 동상을 수상한 ‘지존’이라는 카툰 은 노 전 대통령을 두고 ‘핵폭탄 맞고도 살 맛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게다가 각 만화에는 각 컷마다 “유가 오르고”, “물가 오르고”, “실업률 최고로 서민들 죽을상인데”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박근혜(70) 전 대통령도 풍자의 대상이 됐다. 2015년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와 세월호 사태 등 국가재난 상황에서 “아 몰랑”이라고 말하는 박 전 대통령과 국회,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리고 꿈이 이뤄진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풍자한 만화도 수상작에 오르기도 했다.

정권을 풍자한 창작 행위는 만화뿐만 아니다. 퍼포먼스, 노래 등을 통해서도 나왔다. 자유주의연대는 노 전 대통령을 두고 ‘나의 다음 모델은 세금대왕’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한 전직 판사는 이명박(81) 전 대통령을 향해 “위대한 가카(각하를 비하한 표현)”라고 비꽜다. 특히, 가수 이승환(57)은 2017년 이 전 대통령을 풍자한 노래 ‘돈의 신’을 발매하기도 했다. 가사에는 “난 돈을 믿어. 돈으로 산 내 권세와 젊음. 니가 하면 투기. 내가 하면 투자”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 및 정권 풍자 예술에 대해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물론, 여야 간의 싸움으로 번지며 갈등을 빚긴 했지만 이번 정부처럼 즉각 대응에 나서진 않았다.

이에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카툰협회 등 만화계는 연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윤 정권의 행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만화계는 “학생들이 어른들의 정쟁에 피해를 입고 있다. 대통령의 풍자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기본적인 표현의 영역에 속한다”며 “문제가 될 수 없는 문제를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을 예술로 풍자하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 ‘인격 모독’의 경계가 어디냐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기준이 없고 모호하다 보니 매번 진영 간의 소모적 논쟁만 벌여 애꿎은 예술계만 피해를 보는 꼴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을 향한 비판과 풍자를 조롱으로 볼 게 아니라 보다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표현의 자유는 앞으로 광범위하게 허용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정권 풍자 관련 논란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다고도 본다. 좀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또, 대통령실이나 여당 쪽에서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입김 아닌 입김)을 의식해 누군가 나서서 '이런 것 왜 하냐'하고 문제제기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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