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9일 안성 공사장서 붕괴사고 발생해 연년생 베트남 근로자 2명 사망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뒤 30년 다 됐지만 달라진 건 없어"
9일 오전 11시47분쯤 경기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상가 복합건축물 공사 현장에서 바닥이 붕괴되면서 2명이 매몰됐다. 매몰된 2명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11시47분쯤 경기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상가 복합건축물 공사 현장에서 바닥이 붕괴되면서 2명이 매몰됐다. 매몰된 2명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약 30여년 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었지만, 근본적으로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전 세계에서 초고층 빌딩과 최장 교량을 짓는 ‘건설 강국’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정작 아파트 한 채 제대로 짓지 못하는 실정이다.”(건설업계 관계자)

최근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붕괴 사고로 정부가 안전관리 시스템 강화에 나섰지만 후진국형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29일 인천 서구 원당동의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벌어진 지 불과 100여 일밖에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9일 경기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상가 복합건축물 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2명이 숨지고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한 근로자 2명은 베트남인 형제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건설현장의 만연한 속도전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붕괴사고 계속될 것”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이 지난 7~8일 건설노동자 2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3.5%가 ‘속도전을 강요받는다’고 답했다. 이어 ‘숙련공이 부족하다’고 답한 경우가 29.3%로 뒤를 이었다.

잇따른 부실시공의 원인에 대해서는 ‘불법도급’을 꼽은 경우가 73.8%(1854명)로 가장 많았다. △무리한 속도전(66.9%) △감리 부재 혹은 부실 감독(54.0%) △미등록 이주노동자 착취(52.2%)가 뒤따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와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고가 반복된 이유를 두고 ‘기본 원칙’을 꼽았다.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노동안전연구원장은 “감리 부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문제도 맞지만 본질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무리한 공사 진행, 건설현장의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기능인력 관리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싸게’, ‘더 빨리’식 일처리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소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적정임금제 도입을 통해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지급하면 숙련된 인력의 고용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품질과 안전, 생산성 제고로도 연결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작업 조건에서 반복적인 시공 경험을 쌓아야만 온전한 숙련형성이 가능한데, 이를 활용하려면 처우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가 숙련인력을 육성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1일 오후 철근 누락 LH 아파트 중 한 곳인 경기도 남양주 별내 아파트 전경. 전날 국토부는 LH발주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고 발표했다.    /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8.01
1일 오후 철근 누락 LH 아파트 중 한 곳인 경기도 남양주 별내 아파트 전경. 전날 국토부는 LH발주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고 발표했다. /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8.01

◆ "지하주차장도 위험하지만, 아파트 본건물 부실시공 더 많아"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건설노동자도 최근 발생한 부실공사가 도처에 만연해있다고 증언했다.

17년차 철근 노동자 한경진씨는 "공사 현장에 외부인이 못 들어오니 일반인 분들은 모르실 텐데, 공사장 펜스 안에선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철근 공사 현장에 가보면 70~90%는 외국인이다. 대부분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또, 숙련공은 30%도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GS건설 검단 아파트는 지하층이 붕괴돼 지하에만 부실공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20년 일한 사람이 보기에 실제 입주자들이 사는 아파트 본건물에 부실시공이 더 많다"면서 "본건물 지상층은 내국인 근로자가 한 명도 없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이 많다. 온지 얼마 안돼 철근에 문외한인 이들이 흉내만 내는 정도로 작업을 한다. 큰 문제는 이들의 임금이 고정된 게 아니고 평당 얼마씩으로 정해진다는 거다. 빠른 시간에 많이 작업해야 가져갈 금액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단 철근 결속 자체를 하지 않는다. 철근만 붙어있으면 그냥 넘어간다. 전국 모든 아파트가 이렇다고 장담한다"고 지적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씨는 "레미콘 값이 아까워 콘트리트에 물을 타는 '가수'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폭우가 내릴 땐 물이 안 들어가게 조치를 해야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안전 장치 없이 대부분 레미콘 물량을 타설한다"며 "비가 많이 오면 심지어 시멘트와 골재가 분리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타설한 데가 푹푹 파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미장을 하고 덧칠을 해 은폐해버린다"고 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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