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윤 대통령, 이태원 특별법 거부…9번째 행사 '역대 정부중 최다'
유가족 "가장 모욕적으로 묵살"…野 "국민 못 지키고 책임 안 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29.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29.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이태원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정부의 대책도 받아들일 수 없고, 진상규명이 국민의 뜻이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간호법 제정안에, 12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올 1월에는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에 거부권을 썼다.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거부권 행사는 총 16차례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7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차례 거부권을 각각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쓰지 않았다. 민주화 이전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차례 거부권 행사로 가장 많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회 통과를 기준으로 거부권 행사에는 21일이 걸렸다. 거부권 행사까지 걸린 시간으로는 최장 기간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마친 후 대통령실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2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마친 후 대통령실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2

윤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고심했다는 분석이다. 이태원특별법이 이중 수사 가능성을 내포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지만,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외면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는 것이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재가하면서 참사 피해자에 대해 △재판 확정 전 배상금 지급 △생활안정지원금, 의료비, 간병비 확대 △영구 추모공간 정비 등을 내용으로 담은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16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13~14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4%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13~15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52.7%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마친 후 대통령실을 향해 구호를 외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29.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마친 후 대통령실을 향해 구호를 외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29.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해 "정부 여당의 거부 정치가 끝이 없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로지 거부에 힘을 쏟고 있다"며 "대체 거부 말고 이 정부가 하는 게 무엇인가. 거부가 아니라 뭘 할지를 내놓으라"고 일갈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나"라며 "우리가 바라는 건 진상규명"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 참담함을 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태원특별법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쌍특검법’에 대해 오는 2월 29일 재표결에 나선다는 입장이고,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내달 3일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규탄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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