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가장 모욕적으로 묵살"…野 "국민 못 지키고 책임 안 져"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이태원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정부의 대책도 받아들일 수 없고, 진상규명이 국민의 뜻이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간호법 제정안에, 12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올 1월에는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에 거부권을 썼다.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거부권 행사는 총 16차례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7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차례 거부권을 각각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쓰지 않았다. 민주화 이전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차례 거부권 행사로 가장 많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회 통과를 기준으로 거부권 행사에는 21일이 걸렸다. 거부권 행사까지 걸린 시간으로는 최장 기간이다.
윤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고심했다는 분석이다. 이태원특별법이 이중 수사 가능성을 내포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지만,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외면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는 것이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재가하면서 참사 피해자에 대해 △재판 확정 전 배상금 지급 △생활안정지원금, 의료비, 간병비 확대 △영구 추모공간 정비 등을 내용으로 담은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16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13~14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4%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13~15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52.7%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해 "정부 여당의 거부 정치가 끝이 없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로지 거부에 힘을 쏟고 있다"며 "대체 거부 말고 이 정부가 하는 게 무엇인가. 거부가 아니라 뭘 할지를 내놓으라"고 일갈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나"라며 "우리가 바라는 건 진상규명"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 참담함을 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태원특별법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쌍특검법’에 대해 오는 2월 29일 재표결에 나선다는 입장이고,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내달 3일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규탄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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