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팀 만들 수 있는 지도자 선임 절실
홍명보·황선홍 등 감독들 물망
홍명보 울산 HD 감독(왼쪽)과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KFA 제공
홍명보 울산 HD 감독(왼쪽)과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4강 탈락)로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이 경질된 가운데 향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할 차기 사령탑은 국내 감독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팀 만들 수 있는 지도자 선임 절실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은 앞서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원 회의를 진행한 끝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구성해 조속하게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국내파, 국외파, 1992년생, 1996년생, 어린 선수 등으로 나눠서 생각하고 가르는 건 좋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음 대표팀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라고 짚었다.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전(0-2 패)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표팀 주장 손흥민(32)과 막내 라인 이강인(23)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대표팀이 세대별 선수들로 나뉘어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선 선수단을 단합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대표팀엔 이강인을 비롯해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축구를 한 선수들이 있다. 그동안 연령별 국가대표를 거친 일부 K리거 선수들에 따르면 특히 이강인은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과거 대표팀의 경직된 규율과 위계질서에 다소 녹아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해외파 선수들을 비롯해 국내파 선수들, 아울러 세대별 선수들간 화합을 이뤄내기 위해선 대표팀 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국내파 지도자 선임이 필요하다는 게 축구계 중론이다.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도 해외 명장을 데려오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 관계자는 “감독은 보통 선수단 훈련이나 휴식, 식사 등과 관련해 루틴, 규율을 정하게 마련이다. 팀 훈련 시간을 고정하는 감독, 추가적인 개인 훈련은 자율에 맡기는 감독, 식사 전후 루틴을 만드는 감독 등이 있게 마련인데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 재택과 외유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앞서 국내에 상주했던 파울루 벤투(55) 전 대표팀 감독은 전술(빌드업)에서나 선수단 관리에서나 상당히 원칙적인 면모를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손흥민과 이강인의 물리적 충돌은 경기 전날 저녁 식사 후 탁구를 즐기려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감독이 경기 전날 저녁에 선수단을 통제했거나 관련된 규율을 미리 세워 적용했다면 선수단의 동선은 엇갈리지 않았을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홍명보·황선홍 등 감독들 물망

지도자로서 전술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임 과정에선 카리스마와 연륜, 선수단 관리에 대한 원칙과 비전 등이 상대적으로 우선시될 가능성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로는 홍명보(55) 울산 HD 감독, 황선홍(56)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최용수(53) 전 강원FC 감독, 김기동(53) FC서울 감독 등이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홍명보 감독이다. 선수로선 리베로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4강 신화에 기여했고, 감독으로선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울산의 K리그 2연패를 진두 지휘했다. 한국 축구에서 홍명보란 이름의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 선수단 장악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사령탑을 맡고 있지만,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전력강화위원회 등을 통해 대표팀 감독으로 지목될 경우 구단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협조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지도자로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냈다. 아시안게임 멤버들 중 일부는 A대표팀에 속해 있어 선수단 장악이나 소통에 유리하다. 다만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두고 있어 A대표팀 사령탑까지 맡을 경우 부담이 클 수 있다. 프로 무대 지도 경험과 카리스마에서 합격점인 최용수 감독, 기동력 있는 축구로 포항 스틸러스의 2023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이끈 김기동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물론 김기동 감독은 올해 새롭게 FC서울 감독을 맡게 된 터라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대표팀은 당장 3월 21일과 26일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2연전을 벌인다. 한국 축구는 일단 임시 감독 체제로 3월 급한 불을 끄는데 집중할 수 있다. 비슷한 전례들이 있다. 2011년 12월 조광래(70) 감독을 해임한 대한축구협회는 당시 전북 현대를 지휘하던 최강희(65) 감독에게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한 경기를 맡겼다. 2014년엔 브라질 월드컵 이후 홍명보 감독이 사퇴하자 신태용(54) 감독대행 체제로 평가전 2경기를 치른 바 있다.

정 회장은 선수단 갈등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는 "대표팀 코치진 구성이나 선수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한국 축구가 어떤 리더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길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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