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2024년은 ESG 정보공시시대 원년을 여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 ESG 정보공시는 '하면 좋고, 안 하면 그만'인 기업의 자율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ESG 정보공시의 표준화와 의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사정이 예전과 크게 다르다. 올들어 ESG 공시가 국제적 법규화수준을 넘어 글로벌 규제로써 영향력을 가일층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표준 최종안을 발표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이 사실상 의무화단계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정보공시 의무화가 확정될 예정이고, 글로벌 공급망 ESG 관리이슈 또한 점점 현실화돼, 이에 대비한 기업들의 ESG 공시의무화 준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의 경우 상장기업에 대해 ESG 관련정보 중 지배구조, 환경정보, 정보보호 등의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자산총액 1조원 이상(2024년부터 5천억 원 이상)은 기업지배구조, 2조원 이상은 환경관련 정보, 매출액 3천억 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 상장사는 정보보호 공시가 개별법안에 따라 제각각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다. 다만, 기업의 통합적인 ESG 정보공시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2025년부터 의무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었던 국내 ESG 정보공시가 2026년 이후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런 일정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국제적 정합성을 갖춘 ESG 공시기준 초안을 이르면 내달 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ESG 정보의 기간별(최근 3년간) 비교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기업의 리드타임(준비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기업이 재무정보를 회계처리기준에 의거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로 공개하는 것처럼, ESG 정보공시는 지속가능경영 정책 및 전략과 그 성과 및 결과 등을 일정한 작성기준(보고표준 및 프레임워크)과 적절한 전달경로를 통해 공개하는 제도다. ESG 공시정보는 기업의 ESG 이행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으로 지배구조, 환경정보, 정보보호 등의 모든 비재무정보가 대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ESG 전 영역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정보공시다. 분절된 ESG 정보를 통합하는 단일 보고서다.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양적·질적으로 축적된 다양한 비재무적인 데이터와 정보를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수단이다. 지속가능경영 중심의 목표와 전략, 로드맵, 성과 등의 다양한 ‘중요성 정보’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알려 평가받게 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아포리즘이 ESG에 대해서도 정보공시를 통해 측정으로 연계되는 시도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ESG 정보공시는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적인 필요조건이다. 이미 글로벌 정보공시기준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상당수 국내기업은 100여 페이지에서 많게는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166개 사가 ESG 정보를 공시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보고서 발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보고서의 ESG 워싱 제어와 자율규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실질과 형식이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의 골자는 ESG 경영을 위한 조직구성에서부터 도출한 과제의 내용과 실천과정 및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이 핵심이다. 지속가능성을 기업 핵심전략에 포함시켜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하고, 보고서의 공시방식도 일관성과 비교가능성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ESG 정보는 재무정보에 대칭되는 단편적 비재무정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순히 재무적, 회계적 이슈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가 전략, 사업모델, 지배구조 등의 ESG 경영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ESG가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재무적 성과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스토리로 만들어가는 서사가 중요하다. 보고서 발간이 경영에 추가적 업무나 비용발생이 아니라 중대한 프로젝트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ESG 경영을 위한 조직구성부터 도출한 중대성 과제의 내용과 실천 및 과정 그리고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의 결과가 기업 위험과 기회관점에서 투명하고 명확한 정보와 데이터로 공시돼야 한다. 기업 내외부에서 발생한 표면적인 정보보다는 외부효과의 내부화 과정과 비재무성과를 재무적 성과에 포커싱하는 ‘중요성 정보’의 공표가 핵심이다. 

ESG 정보공시는 경영과 투자, 평가에 걸친 ESG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ESG 정보가 안 되면 자본 이동과 ESG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EGS 정보공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지만 갈 길이 멀다. 최근 ‘反ESG’ 정서로 ESG 행보가 다소 속도조절에 나선 지금이, 기업들엔 ESG 공시 의무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치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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