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최근 심각한 기후위기는 기업에 더 높은 수준의 ESG 경영을 요구한다. 기후이슈가 ESG 경영의 기틀을 더 멀리 보고 다져나가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反 ESG 기류와 회의론도 속도의 문제일 뿐, 이미 세계적 대세가 되어버린 ESG 방향성과 당위성을 흔들만한 큰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ESG의 강화 흐름을 이끄는 데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오늘날 ESG 경영을 뜨겁게 달구는 가장 직접적이고 앞선 이슈는 단연, 기후변화 대응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으로 기업들은 기후위기가 곧 경제위기로 직결된다는 불안감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는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로위가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고 한 말에서도 그 의미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아직은 생소한 기후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을 정도로 기후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기후 및 환경이슈는 오늘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RE100 등의 개념이 정립되기 훨씬 전인 1960년대부터 제기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유독성 농약에 의한 생태계 파괴의 위협을 경고하며, 사실상 환경오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한 환경운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1972년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주도한 로마클럽의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와 이를 채택한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 개최를 계기로 지구환경문제가 국제사회 속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때부터 국제사회가 환경을 이슈화하고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다짐하는 인류 공동노력의 시작점이 됐다.  

1980년대는 당시까지 전문가그룹 논의에 지나지 않던 환경문제가 정부 간 회의로 격상된 연대로 기록된다. 1987년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의견을 접근시키려는 시도에서 태어난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가 발표한 브룬브란트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는 오늘날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신기원을 열었다. 
  
이어서 1990년대부터는 유엔중심의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된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를 시작으로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기 위한 여러 활동이 있었다. 이는 최초로 온실가스배출 감축을 선언한 ‘교토의정서’와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의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일련의 여러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면서도 기후위험에 대한 시장 대응은 여전히 더디고, 위기는 갈수록 고조됐다. 이 때문에 시장은 외부적 강제가 아닌 시장 내부의 논리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인식이 시대적 흐름을 통해, 개별적으로 존재해 오던 환경, 사회, 경제적 이슈가 마침내 하나로 통합되어 보편성과 필연성을 지닌 ESG 경영으로 진화된 것이다. 신기후체제로 불리는 파리기후협약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현재는 기후변화대응이 기업의 ESG 경영에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블랙스완'에 빗대어 ’그린스완'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고 결국 금융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대응과정에서 노출된 좌초자산의 부정적 영향이 금융건전성과 안전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국제사회가 기업들에 기후정보를 최우선 과제로 가장 먼저 ESG 공시에 의무화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기후를 중심으로 한 ESG 정보표준화와 의무화가 ESG 강도와 속도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 된 것이다. 국제적 3대 ESG 공시척도로 일컫는 IFRS의 ISSB, EU의 ESRS, 미국 SEC의 우선적 공통사항이 기후공시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무역과 자본시장의 기본적 규제대상이 됐다. 이제는 기업의 기후관련정보가 더 이상 비재무정보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무적 시각에서 기후변화를 살핀다. 기후와 재무적 요소와의 결합이 현실화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환경요소는 기업 내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책임으로 국한해 다루어졌다. 그러나 점차 원료 채취에서부터 생산, 유통, 사용 및 소비 후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LCA)에 걸친 환경발자국에 대한 고려로 확장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기후위험과 기회요인 발생을 분석·판단해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기업은 단기·중기·장기에 걸쳐 기후변화가 불러올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재무연계성, 자본배치(자본적 지출), 기후 회복력 등에 대한 공시를 투명하게 제시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가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재무활동의 생태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후영향을 경영의 언어인 회계영역으로 끌어들여 기업가치로 내부화해야 할 때다. 이처럼 기업가치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기후변화 대응이 “기업 밸류업”이라는 구조적 접근을 동반한다.

 

이치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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