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린가드, 1라운드 광주전 후반 31분 교체 출전... K리그1 무대 데뷔
김기동 감독 "동행하지 않으려고 했다"... "본인이 원정 동행 자처"
FC서울 제시 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제시 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개막전에 동행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경기를 뛰지 못하더라도 K리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고 자청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제시 린가드(32·FC서울)가 드디어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린가드는 지난 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1부) 2024 1라운드 광주FC 원정 경기에 후반 31분 교체로 운동장을 밟았다.

린가드는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이날 경기의 출전 가능성은 작았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린가드와 동행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린가드에게 현재 컨디션을 물어보니 60~70% 정도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린가드는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김 감독은 “린가드가 본인이 몇 분 정도는 소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면서 “90분을 뛰던, 15분을 뛰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린가드에게 ‘많은 팬이 네게 기대하고 있다. 실망감을 줄 수 있다’”고 린가드가 완벽한 상태로 경기장에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 명단 제외를 설득했다. 그러나 린가드는 김 감독의 만류에도 “경기를 못 뛰더라도, K리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고 자청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찾아온 팬들 앞에 서고 싶은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FC서울 제시 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제시 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린가드가 광주 원정에 동행했지만, 김 감독은 경기에 투입하지 않으려고 했다. 경기 전 린가드의 출전 가능성을 묻자 “넣고 싶지 않다”고 답할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이 0-1로 뒤지며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린가드였다.

린가드는 교체로 투입돼 약 20분가량 경기장을 누볐다. 100%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몇 차례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며 서울 공격을 이끌었다. 매서운 크로스로 공격수 일류첸코의 위협적인 헤더 슛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후반 추가 시간엔 몸을 던지며 광주의 역습을 저지하다 경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광주 선수들과 가벼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린가드는 서울 입단 이후 스스럼없이 서울 선수들과 어울렸다. 서울의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기간에는 린가드의 인스타그램에 서울 선수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린가드는 설 명절과 겹친 전지훈련 기간에 직접 윷놀이하는 등 팀 분위기를 익히려 애썼다.

EPL에서 13년간 활동하며 182경기에 나서 29골 14도움을 기록한 린가드가 서울에 입단한다고 했을 때, 축구 외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섞인 눈초리를 받았다. 입단 기자회견 당시에도 ‘축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린가드는 축구만 외쳤다. 스타 의식이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는 기우였다. 린가드는 축구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광주전을 마친 뒤에는 인스타그램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기장에 돌아와서 축복과 감사해”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린가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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