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자본시장과 건설업계에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레고랜드 사태가 여야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는 50조원이라는 대규모 시장 안정화 대책을 긴급 발표해 24일부터 집행에 들어갔다. 채권시장 안정펀드 20조원, 정책금융기관 회사채·CP 매입 16조원, 증권사 지원 3조원 등이다. 채권 등 자본시장이 경색되기 전에 막대한 돈을 풀어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갑작스런 결정은 강원도에서 비롯됐다.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선 레고랜드 개발사 강원중도개발공사의 2050억원 자산유동화기업 어음을 갚지 않겠다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채권시장에 큰 파문이 일었다. 고금리로 기업들이 대출보단 채권 의존도가 높은 상황.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신용도 높은 채권이 부도가 나자 투자자 불안 심리가 커졌다. 자금 이탈 움직임으로 인해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73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흔들리고 있다. PF의 전제는 건설사의 지급보증이다. 더욱이 미분양 등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판국에 레고랜드 사태는 건설사 신용도에 물음표를 던졌다. 대형 건설사 부도설까지 나왔다. 

건설업계에선 집값 하락에 PF 대출 중단까지 겹치면 건설사가 줄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PF 차환 발행에 실패했다. 

다행히 이번 조치로 채권시장과 부동산PF가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은 다소 줄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지원 방침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 지원은 기존 부동산PF까지다. 앞으로의 PF는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고랜드 사태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500억원 안 갚으려다 50조원을 쓰게 됐다"며 여당 소속인 김진태 강원지사를 맹렬히 비판했다. 민주당 민생경제위기 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임 최문순 전 강원지사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리는 등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면서도 사태를 불러온 김진태 지사에 대해 못마땅한 기색도 보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강원도가 채무 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진태 지사는 이러한 비판에 날 선 반응이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원도는 처음부터 보증채무를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끌어들였다.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는 전에 성남시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을 선언해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 적어도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해결하기는커녕, 정치가 오히려 경제위기를 촉발하고 확대시키고 있다”며 “전임자 지우기에만 혈안이 돼 경제를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김 지사에게 쓴소리를 날렸다.  

서동영 기자 westeast0@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