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위원장, 이번 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
한국은행,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공공기관채권 추가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사태로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사태로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한은) 그리고 국내 5대 금융지주(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까지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됐다. 유동화증권을 포함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연관된 시행사‧시공사‧투자자‧증권사 등에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50조원+알파’ 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금융위)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주 내로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지난 7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모인 이 자리에서 지금의 위기 속에서 5대 금융지주가 해야 할 역할과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 논의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7일 금융위는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5대 금융지주 부사장들과 시장안정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5대 지주는 정부가 추진하는 채권·증권시장 안정펀드 재조성 사업 등 다양한 시장안정조치에 적극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더불어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은행채 발행을 축소하고,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며,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5대 지주 부회장단 회의에서 윤곽을 잡았고, 이번 주 열리는 5대 지주 회장들과의 회동에서 구체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지난 27일 발표한 ‘예대율 규제 유연화 조치’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대율 규제 비율을 6개월간 100%에서 105%, 저축은행은 100%에서 110%로 완화한다. 이는 은행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또 지난 28일 금융감독원(금감원), 기획재정부와 함께 국민연금 등 10여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추종 매매나 환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관들의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과도한 자금 이탈이 있을 경우 시장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자금 동향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한은도 대책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국내은행이 한국은행과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겨놓는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를 비롯해 한국전력 등 9개 공공기관채권 등을 추가하기로 의결했다. 대상 확대 기간은 11월 1일부터 3개월간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은행채를 더 발행하거나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져 은행에 묶여 있던 돈이 풀린다. 이를 다른 회사채를 사들이는데 활용할 수 있어 시중에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차액결제 시 결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담보증권 제공비율을 내년 2월부터 기존 70%에서 80%로 높이는 계획도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한은은 또 최근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시장에서는 ‘일단 급한 불은 껐다’며 금융당국과 한은의 조치가 채권시장 안정에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번 정부와 금융당국의 신규 대책은 규모와 세부 내용 모두 실효성을 제고한 대응책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동성 지원에 시장 심리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장 신뢰 회복과 더불어 단기자금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핵심은 이번 대책이 늑장 대응에다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동성 공급 대책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야당 역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 27일 ‘금융위기 대책 마련 긴급 현장점검’을 위해 한국거래소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강한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경제 리스크를 완화 또는 해소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은 정부가 리스크의 핵이 돼버렸다. 김진태발 금융위기가 벌어졌는데도 정부에서 4주 가까이 이를 방치해 위기가 현실이 되도록 만들었다”며 “정부의 무능‧무책임‧무대책이 빚은 자금 시장의 패닉 현상으로 경제‧자금시장‧금융시장의 심각한 혼란과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