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로 금융시장 '돈맥경화' 현상 이어져
시공사 부도 날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 높은 금융권도 영향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에 불안이 확대돼 돈맥경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에 불안이 확대돼 돈맥경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한결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사는 물론 금융사들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여파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최종 부도 처리되며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는 채권 시장의 경색을 유발, 돈맥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사태 대응을 위해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가동에 나서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로 확대해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사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21일 강원도가 내부 검토작업을 거쳐 2023년 예산안에 보증 채무액 2050억원을 편성해 전액 상환할 것이라며 보증 채무 이행에 대한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금융시장에선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되고 부동산 PF 대출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 스프레드는 125bp(1bp=0.01%p)로 벌어졌다. 이는 2009년 8월 13일(129bp)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 스프레드는 3년물 회사채(AA-)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를 말한다. 이 수치가 커진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회사채 투자의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AA- 회사채의 3년물 금리는 5.57%로 급등했으며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CP금리(A1등급)도 4.07%까지 올랐다. 회사채 발행시장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10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 23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 3562억원에 비해 63.16%가 줄었다. 불신이 깊어지며 중소건설사들은 자금난이 확산되며 아파트 시공이 중단되고 있다. 

뮨제는 이번 사태가 건설업은 물론 캐피탈 업체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캐피탈사의 경우, 본 PF 전 '다리' 역할을 하는 브릿지론 대출에 집중한 만큼, 부실의 위험이 높다. 브릿지론 대출의 만기는 주로 6개월에서 1년이다. 따라서 시공사가 부도가 날 경우, 캐피탈사는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캐피탈사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총 18조 3404억원이며 올 상반기 캐피탈사의 연체잔액은 2290억원, 평균 연체율은 0.9%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와 제2금융권은 부동산시장 호황기를 맞아 부동산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왔다. 문제는 대규모 건설의 경우 대부분 금융업체를 포함한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만큼 PF 전 '다리' 역할을 하는 브릿지론이 연쇄 부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2조 80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08억원(46.6%)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PF 대출 규모 면에선 OK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이 가장 커 9521억원과 9134억원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은 PF 대출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전체 기업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 외 주택 및 상업용 시설과 중소규모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대출을 취급했다. 때문에 저축은행 업권의 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며 PF 대출의 연체율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PF 대출 연체율 4.16%를 기록하고 있는 상상인저축은행은 “상반기에 적극적으로 영업을 진행하며 연체율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관리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심사를 더 까다롭게 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권 내에서는 레고랜드 PF 상황과 별개로 예전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30여 곳의 저축은행이 파산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 어느 업계보다 PF 대출에 대한 준비를 꼼꼼히 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그동안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관련해 다양한 주문을 한 만큼, 소비자들이 우려할 정도로 큰 여파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PF 대출 금액이 대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적고 금감원의 방침에 따라 관리에 전념하고 있다"며 "지난 2분기 PF 대출 연체율이 0%에 달할 정도로 리스크 관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6일,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은 저금리 시대로 진입해 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 누증돼 거시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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