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파운드리, 낸드 추월…이재용 '2030 비전' 3년만
메모리 편중된 삼성 반도체 사업 구조 재편 가능성
삼성 파운드리사업부 3나노 세계 최초 양산 성공
경계현 '셸 퍼스트' 전략…218조원 추가 투자 증설
1Q부터 수율 안정세…퀄컴 등 대형 고객사 확보
'패키징' 서비스 경쟁력 강화…담당 조직 '팀' 격상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이 낸드플래시 매출을 앞질렀다. 파운드리 분기 매출이 낸드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 파운드리 비전을 선언한지 3년 만이기도 하다. 삼성 파운드리사업부가 순항 괘도에 오르면서 압도적인 격차로 파운드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 TSMC를 끈질기게 추격하며 반전을 꾀하는 삼성전자가 펼칠 한판 승부에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55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낸드플래시 3분기 매출은 43억달러로 전분기보다 28.1%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기 매출이 낸드플래시 매출을 약 30%가량 추월한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선전은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관련 맞춤형 칩 수요 증가로 시장 파이가 커진데다가 완만한 선단 공정 수요와 환율이 상승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수율 개선으로 퀄컴,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등을 고객사로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에 반해 낸드플래시는 경기 침체에 따른 PC와 스마트폰 수요 위축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다. 세계 경제 위축에도 파운드리가 성장하는 것은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고객사 맞춤형 칩을 생산하기 때문에 시황에 덜 민감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자체적으로도 4분기 파운드리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는 반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4분기에도  3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15.5%다. 글로벌 경제 불황에도 3분기 매출을 50% 이상 늘린 TSMC(점유율 56.1%)와 격차는 40.6%포인트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30 파운드리 1위 달성’까지 공언하며 직접 챙기는 사업인 것에 비하면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1987년 설립돼 35년을 파운드리 외길만 걷고 있는 TSMC에 맞서 5년 업력에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만큼 성과를 올린 것은 선방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선단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최초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들어갔으며 업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해 선단공정 경쟁에서 TSMC보다 한 발 앞섰다. TSMC는 당초 9월부터 3나노 공정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또 삼성전자는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 사장이 강조했던 공장부터 먼저 짓고 고객사를 받는다는 '셸 퍼스트' 전략을 앞세워 TSMC 추격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향후 1676억달러(약 218조원)를 추가 투입해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 이사회는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신청한 반도체 공장 9곳의 투자 계획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신청서(챕터 313)를 승인했다. 텍사스주의 재산세 감면 정책인 챕터313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승인으로 삼성전자는 48억 달러(약 6조2600억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파운드리 실적에 발목을 잡았던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점차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파운드리사업부 실적을 감안할 때 수율 개선이 현실화됐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1분기 실적 발표일에도 언급했듯이 최첨단 공정 수율이 충분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수율 개선은 고객사 확보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치열한 고객사 쟁탈전에서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퀄컴을 주요 고객으로 이미 확보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주력 칩의 일부 물량까지 TSMC로부터 가져왔다. 자체 칩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인 구글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패키징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반도체 미세화에 대한 한계로 다양한 칩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성능을 높이는 패키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조직개편에서 첨단 패키징 담당 조직을 태스크포스(TF)에서 독립 팀으로 격상했다"며 "이는 TSMC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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