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정치하면서 부모 끌어들여 남 욕하는 것은 본 적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해 ‘준석이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 잘못’이라는 취지 발언에 이렇게 반박했다. 고상하게 말해 반박이지 화를 억누른 표현이다. 한국사회에서 절대 건들면 안 되는 게 부모와 집안을 욕하는 것이다. 부부 싸움을 할 때도 여간해서는 그 선을 넘지 않는다. 헤어지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부모는 거론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인 위원장이 어떤 의도에서 내뱉었는지는 모른다. 의도야 어떻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정치인은 말을 직업으로 삼는다. 말 못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침묵은 금, 웅변은 은’이라는 말도 정치권에서는 예외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오직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말로 대공황을 극복했다. 처칠 영국 수상은 유머로 상대를 품었다. 언젠가 처칠이 연단에 오르다 넘어지자 청중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는 “제가 넘어져 국민들이 즐겁게 웃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넘어지겠습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링컨은 “적을 파괴하는 가장 좋은 길은 그를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라며 정적조차 끌어안았다.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정 수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2024학년도 수능부터 ‘킬러 문항’을 없애기로 하고, 예시 문항 26개를 공개했다. 수험생들에게 ‘이런 문제는 안 나온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 킬러 문항이 수험생을 괴롭히고, 사교육 수요를 유발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킬러 문항만 배제하면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전봇대만 뽑으면 모든 규제를 완화하는 것처럼 떠들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달을 보지 못한 채 손가락만 보는 꼴이다.대학에 있다 보니 킬
조선 말기 원세개(위안스카이‧袁世凱) 횡포는 하늘을 찔렀다. 그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정치와 경제, 외교에 걸쳐 온갖 내정간섭을 일삼았다. 조선 속국화 정책은 세계 제국주의 역사에 유례없을 만큼 포악했다. 오죽하면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위안스카이가 온다”고 겁박했을까 싶다. 그는 1882년(임오군란)부터 1894년(청일전쟁)까지 조선을 쥐락펴락했다. 청일전쟁에서 패해 물러날 때까지 조선 최고 권력자였다. 고종은 허수아비였다. 그가 처음 발을 디딘 때는 23살, 조선을 총괄하는 감국대신 지위에 오른 때는 26살이었다. 스물여섯 원
오월 마지막 날, 국회의사당 일대는 ‘주황 물결’로 뒤덮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극우성향 태극기부대도, ‘깨시민’을 자칭하는 ‘개딸’도 아니었다. 국회의원 특권폐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이었다. 참가자들은 주황색 플래카드를 들고 “특권 없는 세상”을 외쳤다. ‘특권폐지 국민운동본부’는 애초 3,000명으로 인간 띠를 만들어 국회의사당(2.5km)을 에워쌀 계획이었다. 법원이 불허하면서 무산됐지만 행사장 주변은 분노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에 이은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로 이어지는 정치 불신에
어디든 떠나고 싶고, 어디를 가도 좋은 오월이다. 피천득 시인은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고 했다. 오월은 나이마저 잊게 하는 눈부신 계절이다. 연휴를 이용해 고창에 다녀왔다. 노형수 부군수 도움을 받아 학원농장~무장읍성~상하농원~운곡습지~고인돌 군락~고창읍성을 돌아봤다. 고창은 역사와 문화, 자연, 지질, 인문을 아우르는 보물창고다. 최근 동학농민혁명기록물과 세계지질공원이 등재됨으로써 국내 최초 유네스코 7관왕에 올랐다. 특별한 땅, 고창에 특별함을 더하는 건 경관농업이다. 학원농장과 상하농원은 소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탈당이 정치 쇼에 그칠 전망이다. 도피성 탈당에다 이를 방관하는 민주당의 온정주의 때문이다. 김 의원 발언을 종합하면 반성은커녕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자는 속셈이 여실하다. 김 의원은 오히려 “왜곡된 보도”라며 언론에 날을 세우는 판이다. 심지어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나와 상임위 회의 도중 코인 거래에 대해 “액수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 몇 천원 수준일 것”이라며 저급한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보 흘리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자신에게 제기된 비판은 최소화하는 대신 검찰을
이번에는 김남국 의원이다. 돈 봉투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좌초 위기로 몰고 간 송영길 전 대표 뒤를 이었다. 그는 민주당 내 주목받는 청년 정치인이다. 초선 의원들 모임 ‘처럼회’ 소속으로 당내 강경 여론을 주도해 왔다. 언론 집중도 또한 높다. 초선 의원치곤 좀처럼 누리기 어려운 뉴스메이커다. 스스로 역량보다는 더불어민주당 간판, 조국과 이재명을 활용한 측면이 강하다. 정치 입문 전부터 김 의원은 조국 지킴이를 자처하며 뉴스를 몰고 다녔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21대 총선에서 강성 지지층 지지를 받아 국회에 진입했다. 이재명 대
최근 민동석 전 외교부 차관 특강을 듣다 공감한 대목이 있다. 그는 외교란 ‘51대 49 수 싸움’이라고 했다. 협상장을 떠나는 순간 내가 51, 상대가 49를 얻었다고 생각할 때 최상이라는 것이다. 상대 또한 51을 가졌다고 여기며 떠나야 성공한 협상이라고 했다. ‘51대 49’는 외교에서 ‘올오어낫싱(ALL OR NOTHING)’은 없다는 교훈을 의미한다. 외교란 시소게임이기에 어느 한쪽이 100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 민 전 차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협상 농업분야 고위급 대표,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 쇠고기협상 수석대표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전당대회 사건이 일파만파다. 그 배경으로 안일한 지도부 인식과 송영길 전 대표의 태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50만원은 밥값도 안 된다는 자기 합리화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송 전 대표는 22일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기 귀국과 함께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송 전 대표의 상황 인식은 구멍 난 배를 대충 때우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그나마 초선 의원들만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이 회원인 ‘더민초’는 앞서 송 전 대표에게 “당장 귀국해 실체를
더불어민주당이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이어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오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손으로는 돈 봉투를 챙기면서 입으로는 정의를 앞세운 표리부동한 정당이라는 조롱에도 할 말 없게 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범죄행각에 대한 죄의식조차 없는 ‘더넣어 봉투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딱히 항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이은 성 추문도 모자라 돈 봉투 의혹까지 불거진 민주당 현실은 깊은 회의감을 갖게 한다. 도덕성마저 상실한 586세대에 대한 비판론은 세대교체론으로 이어진다.지금까지 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 이후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민주당 복당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재는 23일 ‘검수완박’ 법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민 의원이 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박광온 의원)은 이를 묵인함으로써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했고, 이 같은 불법행위 탓에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취사선택함으로써 ‘내로남불’ 논란에 직면했다.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
2023년 WBC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은 지난주 1라운드 탈락한 뒤 귀국했다. 약체 호주에 패한데 이어 일본에는 14대 3으로 참패했다. “거품이 끼었다. 배가 불렀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쟁쟁한 프로선수단을 꾸린 한국과 달리 호주는 마이너 리거가 다수를 차지했다. 전체 몸값에서도 호주는 3억 원, 한국은 300억 원으로 100배 차이에 달했다. 한국 야구와 민주당 상황은 겹쳐 보인다. 민주당은 175석(민주당 탈당 6석 포함)을 점유한 거대 야당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 끌려 다니기 급급하다. 또 정권을 내준 이후 치열함도, 재집
강제징용 피해 배상 방안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과거사 문제는 어떤 안이 됐든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그동안 진영논리에 따라 공수를 반복해 왔다. 보수정부에서는 민주당, 진보정부에서는 국민의힘(한나라당, 새누리당)이 대일 문제를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박근혜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는 민주당에 의해 거부됐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대일 기조를 공격했다. 국가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부채질하는 게 빠르고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제3자 변
27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한다.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민주당과 이 대표는 ‘방탄 국회’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관건은 가결이냐 부결이냐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불체포 특권을 계속 존치해야하는 지다.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불체포 특권은 범죄 혐의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지금까지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건 총 66번이다. 이중 가결은 16건, 부결은 17건
로버트 딜렌슈나이더가 쓴 ‘결정의 원칙’은 역사 속 위대한 결정을 소개한다. 이 책은 일본에 원폭 투하를 지시한 해리 트루먼부터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베트남 징집을 거부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까지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 이들이 내린 결정은 하나같이 개인과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저자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정은 얼마나 어려운지, 또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승리함을 넌지시 일깨운다.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결정은 어떨까.국회는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
흔히 말하는 상식은 누구나 공감하는 정서나 감정을 의미한다. 평균적인 이들이라면 상식 선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사회를 규율하는 법률 또한 상식에 기초한다. 다만 상식과 달리 법은 보다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규정했을 뿐이다. 상식을 벗어날 경우 법률에 저촉될 확률은 매우 높다. 범죄 혐의자를 기소하는 검찰도, 유무죄를 판단하는 법원도 모두 상식에 근거할 때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법 감정이라는 것도 결국은 상식적인 판단이다.1심 법원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을 통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무죄 판결한 것은 상식에 부합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법원은 3일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19년 12월 기소 이후 무려 3년 2개월 만이다. 검찰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12개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정경심 교수는 이날 자녀 입시비리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다. 확정될 경우 정 교수 형량은 5년으로 늘어난다. 항소심이 남아있지만 1심 판결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함축한다.재판부는 “대학교수
“대립과 혐오정치를 끝내자.” 새해 벽두부터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불을 지피고 윤석열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30일 여야 정치인 121명이 참여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이 출범 했다. 이들은 “현행 소선거구제는 절반 가까이를 사표(死票)로 만든다. 이 때문에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가 괴리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갈등은 줄이고 비례성은 높임으로써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자는 취지다.한국정치에서 가장 큰 해악으로 승자독식과
이란과 관계가 또다시 악화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적은 이란, 한국의 적은 북한”이라고 언급한 발언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외교부는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였다. 해당 발언은 한국과 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불길은 계속타고 있다. 대통령실은 “오해가 풀리면 정상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테헤란과 서울에서 진지한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