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법원은 3일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19년 12월 기소 이후 무려 3년 2개월 만이다. 검찰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12개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정경심 교수는 이날 자녀 입시비리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다. 확정될 경우 정 교수 형량은 5년으로 늘어난다. 항소심이 남아있지만 1심 판결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함축한다.

재판부는 “대학교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 범행한 것으로서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청탁금지법위반 범행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로서 적지 않은 금원을 반복적으로 수수하여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또 “민정수석으로서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권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비위 혐의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것은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재판부는 사모펀드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아들과 딸의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공문서와 사문서를 위조해 활용했고, 대리 시험까지 봤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아들 입시를 위해 허위로 작성한 서울대 인턴십 증명서를 활용하고, 외국 대학 온라인 시험을 대신 치렀다. 또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도 허위 인턴 확인서와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했다. 재판부가 입시 비리 혐의를 엄격하게 판단한 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입시는 병역문제와 함께 공정과 불공정을 가르는 민감한 지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에서 ‘개천 용’은 사라졌다. 이전에는 공정한 교육기회에 힘입어 가난한 집 자녀도 성공 사다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를 남용한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면서 교육은 신분과 부의 대물림 창구로 변질됐다. 재판부는 기득권층에 속하는 대학교수가 신분을 이용해 입시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중요한 범죄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지지층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들은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궤변을 늘어놨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가 중대한 범죄라고 경종을 울렸다. 앞서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에 대해 4년 징역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와 관련한 7대 혐의를 모두 유죄 판결했다. 그만큼 사안을 무겁게 판단했다는 뜻이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사소한 실수였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대학입시가 특권층의 신분 대물림 통로로 악용된다면 공동체는 유지되기 어렵다. 나아가 누구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 조 전 장관 부부 사건은 기울어진 운동장 실상을 드러냈다.

2019년 조 전 장관 검찰 수사를 계기로 우리사회는 반쪽으로 갈라졌다. 국민들은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서초동 ‘깨시민’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 민주당은 제2 촛불혁명이라며 지지층을 선동했고, 지지자들 또한 “내가 조국이다”며 검찰과 사법부를 압박했다. 정경심 교수에 이은 조 전 장관 유죄 판결대로라면 민주당의 조국 수호는 범죄 혐의자를 비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국론 분열에 불을 지폈다. 또 한 달 만에 조 전 장관이 퇴진했음에도 사과는커녕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로 정당화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1심 판결 직후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며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사모펀드와 관련 정경심씨 유죄는 인정하지만, 조 전 장관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충분치 않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쉽게 말해 사모펀드는 범죄지만 조 전 장관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아내는 유죄지만 나는 떳떳하다’는 논리로 방어에 나섰으니 자가당착이다. 자신 때문에 우리사회가 극심한 분열을 겪었음에도 고위공직자로서 바른 처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억지 논리로 조 전 장관 부부를 옹호했던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이번 판결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유죄 판결은 자녀 입시 비리만이 아니다. 재판부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궤변으로 조 전 장관을 비호하며 갈등을 부추긴 과오는 작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 정치인 가운데 정경심 판결 때나 이번 조 전 장관 판결 때나 반성했다는 이는 보지 못했다. 이제는 사법부 판단마저 부정할 것인가. “민주당에는 염치가 없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이 떠오른다.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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