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부터 감독까지 32년간 삼성에 몸 담았던 허삼영 감독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50)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 6월 30일 대구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7월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내리 패하며 구단 사상 최다인 13연패를 기록했다. 순위는 2일 오전 기준 9위(38승 2무 54패)에 머물러 있다.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1일 자진 사퇴했다.
허 감독은 뼛속까지 '삼성맨'이다. 1991년 선수로 삼성에 입단하며 연을 맺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5년 간 1군 통산 4경기에 등판해 2.1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15.43의 기록을 남겼다. 1995년 은퇴한 뒤 2019년까지 훈련지원과 전력분석 업무를 맡았다. 국내 최고 전력 분석가로 유명해졌을 때쯤 구단 지휘봉을 잡았다. 사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선수 시절 4경기 등판이 전부였고, 실제로 부임 첫해 8위(64승 5무 75패)에 그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과감한 전술 운용, 적극적인 젊은 선수들 기용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허 감독의 뚝심은 부임 2년 차에 빛을 냈다. 팀을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KT와 공동 1위(76승 9무 59패)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타이브레이크에서 패해 플레이오프(PO) 진출에 그친 게 아쉬웠지만, 이번 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핵심 선수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부상, 부진 등이 발목을 잡았다. 대권 도전에 나섰던 삼성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하위권을 전전했다. 개막전부터 13연패에 빠진 순간까지 허 감독을 괴롭혔다. 어렵사리 연패를 끊은 뒤에도 반등은 없었다. 3년 만에 방문한 포항구장에서 최하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승 1무 1패에 그쳤다. 결국 허 감독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자진해서 팀을 떠났다. "최선을 다했는데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삼성 라이온즈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삼성은 남은 잔여 경기를 박진만(46) 퓨처스리그 감독대행 체제로 이어갈 계획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았던 박 대행은 2017년부터 삼성 수비, 작전코치를 맡다가 올 시즌부터 퓨처스팀 감독으로 활동했다. 최태원(52) 수석코치는 퓨처스팀 감독 대행으로 자리를 옮겨 박 대행의 공백을 메꿀 예정이다.
구단은 1997년 건강상의 이유로 지휘봉을 반납한 백인천(79) 전 감독을 제외하고 그간 팀을 거쳐간 사령탑들과 계약기간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 허 감독의 자진사퇴 수용은 당장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떠났지만 박 대행 체제로 남은 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 32년간 머무르며 헌신한 그의 땀과 노력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의 분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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