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우건설 인수한 중흥그룹, 차등배당으로 책임경영 의지
"부채비율 100% 안 되면 대주주는 무배당"
지난해 이어 올해도 4000억원대 연간 순이익 전망
소액주주들은 14년 만에 배당 챙길까
대우건설 사옥. / 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 사옥. / 대우건설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중흥그룹은 지난해 12월 국내 굴지 건설사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대우건설 부채비율 100%가 될 때까지는 대주주가 배당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일반주주들 만큼은 어떻게든 배당금을 손에 쥐어주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습니다. 오너가 2세인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은 산업은행에서 관리하던 대우건설을 지난해 12월 인수한 직후 "일반주주들에게는 법리적 해석을 한 뒤 배당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에 부쩍 신경쓰는 시대를 맞았지만 대우건설엔 남의 일입니다. 지난 2008년 말 주당 50원씩 총 160억원의 배당금을 책정한 뒤 지난해 말까지 13년간 주주들에게 단 한 푼의 배당도 쥐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10년부터 산은 관리 체제에 들어가다보니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기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실적도 2010년대 중반부터는 추락, 2016년 3628억원 등 연결기준 3년 연속 결손금이 발생(별도기준으론 2016∼2019년 4년간)하는 등 코로나19 직전엔 배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 사이 다른 건설사들은 배당 혹은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속도전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엔 주택사업 호황으로 이익을 쏠쏠히 챙긴 건설사들이 주주들에게도 적지 않은 돈을 풀었습니다.

삼성물산은 2021년 결산 배당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주당 4200원(우선주는 4250원)을 책정했습니다. 지난해 인적분할을 단행해 사업사로 거듭난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보통주 기준 2020년 1300원에서 2021년 2700원으로 상승폭이 두 배를 뛰어넘었습니다.

GS건설도 2019년까지 주당 1000원을 주다가 2020년 1200원, 2021년 1300원으로 서서히 주주환원 정책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반해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4849억원을 기록하는 등 괜찮은 실적을 냈음에도 배당금 책정엔 손대지 못했습니다.

다만 내년 3월 결정될 올해 결산 배당 만큼은 달라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부채비율 100% 달성은 여전히 멀지만 지난해 이어 수천억원대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올 반기 연결기준 대우건설 순이익은 2220억원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고 해도 연말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4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익잉여금이 올해 말 1조5000억원 이상 쌓이지 않겠느냐는 게 대우건설 안팎의 분석입니다. 부채비율은 계속 내려왔음에도 6월말 연결기준 210%여서 대주주 배당 수령 조건인 100%는 요원하지만, 일반주주들은 주당 몇 푼이라도 받을 수 있습니다.

중흥그룹의 책임 경영 출발점인 차등배당이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대우건설은 2000년대 초 대우그룹이 무너진 뒤 꾸준히 증자를 실시해 현재 총 주식수가 4억2919만4256주에 이릅니다. 이 중 중흥토건(지분율 40.60%), 중흥건설(지분율 10.15%) 등 대주주 주식 2억1094만3613주를 뺀 일반주주 주식 수는 2억1825만643주입니다.

일반주주들에겐 주당 100∼200원씩만 줘도 대우건설 기업가치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건설업계 관측입니다. ESG 경영에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차등배당을 실시한 적이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2004년 대우건설은 대주주는 주당 50원을 받아가면서, 소액주주들에겐 이보다 3배 높은 주당 150원을 준 적이 있습니다.

차등배당으로 중흥그룹 책임 경영이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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