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무협, 미중 경쟁·보조금 경쟁, 탄소 통상 본격화
대한상의, BBC 산업 공급망 위기 지속될 것
"세액공제 확대 등 국회 입법 노력 필요"
삼성·LG전자 4Q 실적 적전 예상…재고 악순환
메모리 재고 2Q 정점…스마트폰·PC 칩 재고 소화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자국 우선주의 심화 등 통상 악화와 재고자산 증가 영향으로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반도체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무협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5일 2023년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중 경쟁 지속과 국가 간 보조금 경쟁 격화, 탄소 통상 본격화 등을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중 갈등은 상품무역을 넘어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공급망 재편을 위한 프렌즈 쇼어링과 디커플링 심화로 갈등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무역 장벽화를 우려했다. 

또 주요국이 자국 핵심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 경쟁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산업 육성 3법을 통해 본격적인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과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연방 예산 투입 및 세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도 전기차, 반도체 제조업체 등 핵심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을 확대 중이다.

유럽연합(EU) 역시 그린딜 투자계획을 통한 친환경 산업과 반도체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IRA 시행으로 인한 역내 제조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적극적인 산업보조금 집행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이를 위해 "각국의 제도 마련 단계부터 우리의 이익 반영을 위한 협상 노력을 적극 전개하는 한편 국내 시설이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확대 등 보조금 제공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최근 우리 정부의 대기업 25%, 중소기업 35%에 이르는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 공제 확대는 불가피하며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며 "국회는 신속한 입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대한상공회의소도 전일 BBC(이차전치·바이오·반도체) 제조기업의 공급망 체감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새해에도 BBC 산업 공급망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BBC 산업군에 속한 기업 10곳 중 7곳의 새해 공급망 상황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며 BBC 기업 과반 이상이 "작년대비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로는 거래처 발굴 지원과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협력 생태계 구축, 보조금 및 세액공제 확대 등이 꼽혔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새해에도 공급망 분절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기업의 극복 노력도 진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분이 생길 텐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LG 창원 스마트파크. /사진=LG전자
LG 창원 스마트파크. /사진=LG전자

업계와 증권계는 6일 잠정실적 발표 예정인 삼성·LG전자 등 전자업계 상당수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반토막나거나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소비 부진으로 쌓이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내리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전자 및 반도체 재고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금융시장 불안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크게 불어났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재고자산이 57조3198억원으로 2021년 말부터 9개월 새 15조9354억원이 늘었다. LG전자도 2021년 말 9조7540억원이던 재고자산이 같은 기간 1조4531억원 늘어나 11조2071억원이 됐다.

전 세계 반도체 재고도 늘고 있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2.3% 감소한 1372억달러(약 181조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반도체 불황으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TSMC도 올해 1분기부터 매출이 줄어들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올해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증권계는 전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도 미·중 IT 대기업들이 광고 수입 둔화 등으로 투자를 억제하고 있어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2023년 1~3월까지 공급과다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PC용 반도체는 지난해 7~9월 시점에 공급 과다로 기운 뒤 반도체 공급량 재고 소화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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