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컨소시엄 구성으로 '중복 수주 감점'도 무력화
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본사 전경. (사진=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본사 전경. (사진=LH)

[한스경제=문용균 기자] 철근 누락이 추가로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5개 아파트도 예외 없이 설계·감리를 LH 출신이 있는 전관업체가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고나 업체만 15개사다. 이 가운데 11곳은 앞서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단지의 설계와 감리에도 참여했다. 한 개 업체가 철근 누락 아파트의 용역을 최대 5건까지 중복 수주하기도 했다. 

17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숨기다가 뒤늦게 공개한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5개 단지 전부 설계·감리에 전관 업체가 끼어있었다.

LH 공공주택 설계와 감리는 보통 2~4개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하는데, 5개 단지에 참여한 21개사 가운데 15개사가 LH 출신이 포함된 전관업체였다. 철근 누락이 추가로 발견된 단지는 화성남양뉴타운B-10BL, 평택소사벌A7, 파주운정3 A37, 고양장항A4, 익산평화(정비사업)다.

LH 출신이 창립하고 현재 대표이사도 LH 출신인 A사는 파주운정3의 설계를 맡았다. A사는 파주운정3을 포함해 철근 누락이 확인된 20개 단지 중 2개 단지의 설계와 3개 단지의 감리 용역을 따냈다.

A사와 공동으로 설계를 담당한 B사 역시 지난 2020년 LH 출신이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는 업체였고, 평택소사벌 감리를 포함해 철근 누락 3개 단지의 감리를 맡은 C사 역시 대표가 LH 출신이다.

C사는 지하주차장 붕괴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외벽붕괴 사고가 났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감리에도 참여했다. C사가 최근 5년간 LH에서 따낸 감리 용역은 23건, 428억원에 이른다.

3개사가 공동으로 감리를 맡은 화성남양뉴타운은 LH 출신이 창업해 대표로 있는 D사와 LH 퇴직자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E사가 포함됐다. E사는 철근 누락 2개 단지 설계와 1개 단지 감리를 맡았다.

화성남양뉴타운을 설계한 F사는 다수의 LH 설계 공모에 당선되며 지난해 건축 설계 매출 5위에 오른 회사다. 이곳 역시 LH 출신이 임원으로 일했었다.

고향장항을 설계한 G사는 C사와 함께 인천 검단 아파트 감리를 맡았던 곳이다. G사는 검단을 포함해 철근 누락 단지만 4곳을 감리했다. 고향장항 감리를 포함해 철근누락 1개 단지 설계와 2개 단지 감리를 맡은 H사 역시 전관 업체였다. 익산평화 설계·감리 7개사 중엔 5곳이 전관 업체로 분류됐다.

LH는 특정 업체 싹쓸이를 막기 위해 계약을 많이 체결한 경우 감점을 주고 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덜 한 업체를 주관사로 내세우면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박정하 의원은 “LH가 전관 업체들이 설계·감리를 맡은 5개 철근 누락 단지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으로 발표에서 제외하고 사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이번 기회에 LH의 부패 행위를 발본색원해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용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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