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부회장, 삼성엔지니어링 방문에 ‘의외’라는 시각도
중동 붐+신재생에너지…건설 분야 해외수주 전략 논의한 듯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방한 준비 점검도
삼성중공업까지 부활 시동 걸까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4일 서울 강동구 GEC를 찾은 뒤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페이스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4일 서울 강동구 GEC를 찾은 뒤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페이스북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뒤 두 번째 현장경영 방문지로 삼성엔지니어링을 선택함에 따라 삼성그룹이 건설 분야를 새도약 동력 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 참석(19일)에 이어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찾았다. GEC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018년부터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그룹 내 건설 관련 헤드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부회장이 GEC를 찾자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진들이 나와 함께 미래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방문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10여년간 삼성의 주력 사업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휴대폰과 바이오, 배터리 등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미래 산업에 쏠리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금융도 삼성이 놓칠 수 없는 큰 사업이다.

반면 전통산업에 가까운 건설은 그룹 내 핵심에서 한 켠 비켜선 것으로 인식됐다. 실제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를 갖고도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재건축 사업에 거리를 둬 삼성의 아파트 사업 철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호주 로이힐 광산사업 등에서 문제가 생겨 2015년 전후로 수천억원대 연간 손실을 내는 등 고전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가 상승에 따라 중동 특수가 살아나고,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에서의 건설업 수요가 커졌고 삼성그룹도 보조를 맞추는 중이다.

해외건설협회 최근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에서 각각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와 25억달러(약 3조4500억원)를 기록해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이상 약 15억 달러) 등 3위권 기업을 크게 앞서고 있다.

수익성도 우수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2510억원에서 올해 두 배 이상 오른 5990억원, 내년엔 63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5030억원에서 꾸준히 올라 올해 6540억원, 내년 6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오는 11월 방한할 예정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우디는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집권한 뒤 석유 위주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 산업에 관심두고 있다. 아울러 물론 북서부 홍해 인근에 650조원 규모 최첨단 ‘네옴시티’ 건설에 전력투구하는 중이다.

빈살만 왕세자 방한 때 한국 기업의 네옴시티 사업 참여도 주요 의제에 오를 전망인데, 해외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은 유력한 파트너 후보다. 빈살만 내한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이 건설 분야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심기일전하는 상황에서 건설업이 국제 정세 급변과 맞물려 삼성그룹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마침 정부도 해외 건설사업에서 한국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삼성이 이에 보조를 맞추면서 건설업 역량을 다시 발휘할 적기"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가 삼성중공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대 들어 조선업 불황 등으로 경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엔 감자 및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LNG선 수요 부활에 따른 선가 급등으로 3∼4년치 일감을 쌓아놓는 등 조선업이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도 참여하는 등 건설업 역량도 갖췄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과 함께 EPC(설계·조달·시공) 3형제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그룹 내 관심이 더 커지면 경영 정상화도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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