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열쇠는 '함께하는 즐거움'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구단, 제천시 대회 운영에 '진심'
한웅수 부총재, 퀸컵이 그려내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 주목
2023 K리그 퀸컵 수원 삼성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23 K리그 퀸컵 수원 삼성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천=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여자축구 저변 확대와 프로축구 K리그 지역사회 연계의 열쇠는 ‘함께하는 즐거움’에 있다.

14~15일 양일간 충북 제천축구센터에서 열린 ‘2023 K리그 퀸컵(K-WIN CUP)’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대회는 특정 연령대가 아닌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선수들이 참여해 주목받았다. 대회에 나선 최연소 선수는 2010년생이었고 최고령 선수는 1975년생이었다. 지난 대회 연령대 폭(2003~1977년생)보다 더 넓어졌다.

K리그 퀸컵에 출전한 선수 중 최고령인 이경숙(48·충남아산FC) 씨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14일 본지와 만난 그는 “저에게 축구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일탈의 방법의 하나다. 젊은 친구들과 같이 축구하니 저도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나이를 잊고 동화돼서 함께 하고 있다”며 “주부들도 축구를 많이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보를 접할만한 곳이 마땅히 없다. 퀸컵의 인기가 늘어나고 여자축구 저변이 확대되면 더 많은 이들이 여자축구에 유입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운동장에서 뛸 수 있는 문화도 형성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2023 K리그 퀸컵 최연소 선수 울산 현대 김지우 양. /강상헌 기자
2023 K리그 퀸컵 최연소 선수 울산 현대 김지우 양. /강상헌 기자

최연소 선수인 김지우(13·울산 현대) 양의 축구 열정도 뒤처지지 않는다. 울산 현대는 본래 성인으로만 선수단을 구성하려 했으나 김 양의 뛰어난 실력과 축구에 대한 갈망을 느껴 명단에 포함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 양은 “초등학생 때 축구 학원에 다녔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축구를 꾸준히 해 오지 못했다”며 “저는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이번 대회 명단에 들었을 때도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저에게 퀸컵은 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선수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또한 K리그 구단과 통합마케팅을 연계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그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K리그 12개 구단에서 136명의 선수가 대회에 나섰으나 올해에는 참여 인원이 2배 이상이 늘었다. K리그 25개 전 구단에서 약 300명의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2023 K리그 퀸컵(K-WIN CUP). /강상헌 기자
2023 K리그 퀸컵(K-WIN CUP). /강상헌 기자

K리그 구단들도 퀸컵 준비에 ‘진심’이었다. K리그 팀 프로 선수와 유소년팀 코치가 감독을 맡아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훈련하는가 하면 사무국장이나 구단 관계자가 전면에 나서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기도 했다. 일부 K리그 팀들은 구단 홈경기와 연계해 출정식 등 행사를 진행하며 응원했다.

대회가 개최된 장소인 제천시와 제천시축구협회도 함께하는 즐거움을 위해 힘을 보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제천시에서 대회 개최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다. 또한 이번 대회에 함께한 심판분들은 모두 제천시축구협회 소속이다. 이외에도 제천시에서 시설 사용 및 운영을 협조해 준 덕분에 대회가 조금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운데)와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운데)와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현장에서 만난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K리그 퀸컵이 그려내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주목했다. 한 부총재는 “K리그는 우리 지역사회에 유익한 기여를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퀸컵 개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며 “퀸컵과 같은 대회 운영이 프로축구단 운영하고 무슨 연관이 있냐고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인구의 반은 여성이다. 저희가 여성분들에게 축구를 접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면 나아가 축구에 대해서 관심도를 사회 전면으로 끌어낼 수 있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퀸컵의 규모와 깊이를 더 키워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서 퀸컵을 지켜본 김병지(53) 강원FC 대표이사도 여자축구 저변 확대와 K리그 지역사회 연계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이사는 “여성 아마추어 축구와 K리그의 접점은 분명히 있다. 축구 경기장에는 남성만 오라는 법이 없다. 여성들도 많이 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연인, 가족이 함께 오면 훨씬 더 관중 문화도 좋아진다”며 “지금의 퀸컵은 여자축구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시작이 함께 나아간다면 나중에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23 K리그 퀸컵 수원 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23 K리그 퀸컵 수원 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23 K리그 퀸컵은 ‘디펜딩 챔피언’ 수원 삼성의 대회 2연패로 마무리됐다. 조별리그 C조 1위(4승)에 오른 수원은 1그룹 토너먼트에서 충남아산을 4-1로 꺾고, 부전승으로 올라온 서울 이랜드를 2-0으로 격파해 1그룹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는 대전 하나 시티즌을 3-0으로 꺾으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수원은 대회 내내 막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7경기 23득점 3실점을 기록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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