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 인터뷰
연세대 1~2학년 때 하루 약 1000개 슈팅 연습
SK 감독 시절인 2017-2018시즌 챔프전 우승 기억에 남아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이 선수 시절 3점슛을 던지고 있는 모습. /KBL 제공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이 선수 시절 3점슛을 던지고 있는 모습. /KBL 제공

[KBL센터=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문경은(51) 한국농구연맹(KBL) 경기본부장이 연세대 농구부 소속 선수로 활약하던 1990년대는 한국 농구의 황금기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만난 문경은 본부장은 “인기 측면에선 지금과 비교 불가다”라며 그 시절 이야기를 하나 둘 꺼냈다. 그는 “팬들이 많아 경찰 부대가 출동하기 일쑤였고, 입석 자리를 구하지 못하신 분들에 의해 체육관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체육관을 빠져나가는 것도 힘들었으며 팬레터는 매일 포대 자루로 왔다”고 털어놨다.

최희암(67) 감독이 지휘하고 문경은, 이상민(50), 우지원(49), 서장훈(48), 김훈(49) 등이 포진했던 당시 연세대 농구부는 국내 최강에 가까웠다. 문 본부장은 “기아는 꼭 한번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도 “고려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잘 없다. 저희가 라인업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라고 은연중에 ‘연고전’을 의식했다.

문 본부장은 프로농구 역대 최고의 3점 슈터로 꼽힌다. KBL에서 610경기를 뛴 그는 역대 3점슛 성공 1위(1669개)에 올라 있다. 그는 “대학 4년 동안 슈터의 밑거름을 다졌다. 1~2학년 땐 매일 약 1000개씩 던졌고, 3~4학년 때는 성공 개수로 하루 300개를 채웠다”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리바운드 후 패스를 해주는 기계도 있다. 지금은 혼자 슈팅 연습을 할 수 있는 시대다”라고 짚었다.

자신만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슈터는 화려한 포지션인 것 같지만 사실 욕을 먹는 자리이기도 하다. 5명이 죽기 살기로 수비해서 공격권을 가져오면 슈터가 슛을 쏜다. 들어가면 다행인데 실패하면 맥이 풀릴 수 있다. 그래서 슈터는 우선 모든 팀원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포지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장훈 같은 센터는 팀 기둥이고 팀을 이기게 하는 선수이지만, 슈터는 벽지와 같다. 노란색을 칠해도 되고 파란색을 칠해도 된다. 슈터가 팬들에겐 인기가 있지만, 감독들은 예를 들어 전성현(31·고양 캐롯 점퍼스) 같은 슈터보다 양희종(38·안양 KGC인삼공사) 같이 수비에 능한 선수를 고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이 9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이 9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확고하게 자기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슈터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문)경은이가 슛을 쏘지 않으면 우리 팀은 진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고 문 본부장은 강조했다.

일각에선 요즘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한다. 문 본부장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농구는 물론 모든 종목 스포츠 선수들의 연습량이 과거에 비해선 줄어든 것 같다.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적어도 대학 땐 성인 농구로 바뀌어가야 하는데 요즘엔 수업을 많이 들어가야 하고 그런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졸업 후 프로에 온 선수들 중엔 일부 농구 용어도 모르는 선수들이 있더라. 과거 태릉선수촌의 복싱 선수들 같은 헝그리 정신이 요즘엔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는 “저도 대학 시절 하루 1000개의 슛을 쏘고 싶었겠나. 200~300개를 던지고 싶었지만 나머지 700~800개 시도는 강제였다. 요즘 선수들은 대체로 강제성이 들어가면 잘 하지 않더라. 재미없어 하거나 하더라도 하기 싫은 티가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며 “그래서 요즘 감독들에겐 선수들을 집중하게 해서 코트에서 그 선수들의 능력을 얼마만큼 발휘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자질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이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문경은 KBL 경기본부장이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문 본부장은 농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선수 시절이던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과 서울 SK 나이츠 감독 시절이던 2017-2018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우승(4승 2패)을 꼽았다. 그는 “챔프전에서 원주 DB 프로미에 2패를 당하고 이후 내리 4연승하며 감독으로 우승했던 때가 조금 더 기억에 남는다”며 “선수 때와 달리 감독 때는 선수, 코치, 트레이너, 스태프 등 총 30~40명을 아울러서 1년 동안 노력해 우승을 하는 것이다. 제 생각대로 구현한 결정체가 우승으로 다가왔던 터라 눈물이 나고 보람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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