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방담 형식으로 재구성한 카타르 월드컵 결산
김대길 위원 "메시,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
박종민 차장 "한국 축구에 장기 플랜 필요"
강상헌 기자 "서사가 완벽했던 월드컵"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19일(한국 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쥔 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19일(한국 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쥔 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강상헌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볼거리가 풍성했던 대회였습니다. 한국 축구는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으며 대회 결승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습니다. 한국스포츠경제 스포츠산업부 축구 담당 박종민 차장과 강상헌 기자가 카타르 월드컵을 돌아봤습니다. 축구 전문가인 김대길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도 월드컵을 결산했습니다. 3명의 이야기를 방담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박종민 차장(이하 박종민)= 현장 취재를 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포함해 기자로선 총 3차례 월드컵을 경험했습니다. 그 중 한국 축구가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대회라 뿌듯한 마음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가 우승의 한을 푼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사실 동시대를 살면서 본 선수 중엔 전성기를 기준으로 여전히 호나우두(46·브라질)를 가장 매력적인 공격수로 꼽습니다. 파워와 기술, 센스가 조화를 이룬 가장 위협적인 정통 스트라이커였다고 생각합니다.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합니다. 몸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간결하지만 고난이도의 기술로 골을 넣는 그의 모습은 예술에 가깝습니다.

반면 메시는 기계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위치에 상관없이 골문을 조준해 버튼을 눌러 골을 넣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펠레(82·브라질), 고(故)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 시대가 크게 다른 선수들과 비교는 조심스럽지만, 메시가 ‘메호대전(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라이벌 논쟁)’을 끝낸 건 확실합니다. 게다가 발롱도르 수상(7회)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4회), 올림픽 금메달(1회), 월드컵 우승(1회)까지 이뤄낸 터라, 가장 이상적이고 균형적인 커리어를 완성한 선수라는 의견입니다.

강상헌 기자(이하 강상헌)= 서사가 완벽했던 월드컵이었습니다. 대회 초반 약팀들이 강팀을 꺾는 '업셋'을 일궈내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메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메시의 이번 활약은 1986년 멕시코 대회 故 마라도나의 활약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월드컵 우승 3회의 펠레를 넘어섰다고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메시는 펠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까지 위상을 끌어올렸지만, 넘어섰다고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길 위원(이하 김대길)= 메시가 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 마침표를 찍은 월드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펠레, 故 마라도나를 뛰어넘는, 지구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로 등극했습니다. 월드컵 기록들도 다 바꿔 놨습니다. 메시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라고 봐야 합니다.

조규성(9번)이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헤더 골을 터뜨리고 있다. /KFA 제공
조규성(9번)이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헤더 골을 터뜨리고 있다. /KFA 제공

박종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벤투호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규성(24)이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K리그에서 득점왕(17골)을 하고 처음 나선 월드컵에서 2골(가나전)을 넣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외모로 화제가 됐습니다. 스타성 있는 선수의 등장은 참 반갑습니다. 수비수 김민재(26)에게선 ‘손흥민 시대’ 이후 대표팀 주장을 맡을 만한 묵직함을 봤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김대길= 조규성과 이강인(21)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은 벤투호에서 계속 중용 받던 선수들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빛나는 별이 됐습니다. 대표팀 최전방에서 힘으로 버티면서 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나긴 쉽지 않습니다. K리그에서 그 자리엔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선수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입니다. 구단들도 그 자리에 외국인 선수들을 활용하길 선호합니다. 조규성의 등장은 한국 축구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강인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강상헌= 동의합니다. 그간 한국 축구엔 정통 스트라이커로 불릴 만한 선수가 부족했는데 조규성이 나타났습니다. 좋은 신체 조건과 헤더 능력을 활용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강인에게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봤습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선수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감독 선임 문제가 시급한 과제입니다.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KFA 제공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KFA 제공

김대길= 이젠 국내 지도자 육성도 놓쳐선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엔 축구 전술의 흐름 파악, 정보 교류 등이 쉽지 않아 외국인 감독에게서 그런 부분들을 배워왔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물론 국내인 감독을 선임하면 학연, 지연 등 선수 선발에 잡음이 생기는데 이젠 이런 부분들 마저 극복해야 합니다. 국내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두고 국내 지도자들을 성장시키는 방향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차기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16강 이상 수준의 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박종민= 저는 재임 기간 부분을 짚어 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이번 16강 진출 원동력 중 하나는 오랜 준비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장 교체 없이 4년 4개월을 달려와 이뤄낸 결실이었습니다. 훈련프로그램의 체계와 축구의 일관성을 생각했을 때 앞으로도 장기 플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상헌= 맞습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은 4년 이상의 기간 동안 대표팀을 ‘원팀’으로 만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벤투호가 해온 4년처럼 체계적으로 또 다른 4년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새 감독이 국내 감독이냐, 외국인 감독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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