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다양성 부족...83%는 女직원비율 한자릿대
근속연수 길지만 연봉 낮아...비정규직 비율 20% 달해
사외이사·최대주주지분 등에 좋은 평가 받아
두산 사옥. / 두산그룹.
두산 사옥. / 두산그룹.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 세계 규제 당국들이 ESG 경영을 법제화, 의무화를 시작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ESG 경영 성과와 목표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공시 의무화를 꼽을 수 있다. 유럽은 이미 의무화에 들어갔고, 우리나라는 2026년 이후 의무화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또는 격년으로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최근 국내 시총 200대 기업(2022년 말 기준)이 지난해 말까지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환경(E)과 더불어 강조되는 사회(S), 거버넌스(G) 관련 지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시총 200대 기업을 IT·반도체업을 비롯해 15개 업종으로 구분해 분석했다.<편집자 주>

<업종별 글 싣는 순서>
①IT·반도체 ②건설·조선 ③금융지주 ④물류·무역 ⑤보험 ⑥식음료 ⑦엔터·전문서비스 ⑧은행·증권·카드 ⑨자동차부품 ⑩전기·전자 ⑪전문기술 ⑫제약·바이오 ⑬비금융지주사 ⑭철강·기계 ⑮화학·장업

건설·조선업종은 국내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12개 기업이 포함됐다. 보고서 공시율은 100%로, 이들 모두 7월 이전 공시를 마쳤다.

업종별 공시율을 살펴보면 건설·조선업종과 함께 △물류·무역 △보험 △철강·기계 등이 공시율 100%를 달성했다. 그밖에 △식음료(90%) △은행·증권·카드(87.5%) △자동차부품(87.5%) △화학·장업(81.3%)△IT·반도체(80%) △비금융지주사(80%) △금융지주(77.8%) △전기·전자(75%) △제약·바이오(72.2%) △전문기술(61.5%) 등의 공시율을 보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사옥. / 각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사옥. / 각사 제공.

◆ 현대미포조선, 女직원 1.8%대...'男 위주' 문화 여전

전문가들은 성별 등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 다양성 강화 관점에서 기업들은 직원 성별을 맞추거나 여성 등기 임원 등을 두고 있다. 

건설·조선업계의 '여성 직원 비율(2022년)'은 7.34%로, 200대 기업 평균(25.4%)의 3분의 1수준도 되지 않았다. 과거부터 계속된 남성 위주 문화가 지속되는 탓이다. 그중 현대미포조선은 1.8%로, 200대 기업 내에서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외 △삼성중공업(3%) △한화오션(3.7%) △두산에너빌리티(4%) 등은 5%대도 넘기지 못했다. 특히 삼성물산(21.7%)와 삼성엔지니어링(13.4%)을 제외하면 여직원 비율은 모두 한자릿수대를 형성해 다양성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2022년 여성 등기임원을 둔 기업은 총 151개로 확인됐다. 건설·조선업종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제외한 11개사가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했다. 비율로 살펴보면 업계 평균은 200대 기업(12.1%)보다 높은 14.9%다. 

◆ 업계 41%는 기부금 '0%'...'사회적 책임' 인식 필요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은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UNGC와 '매출액 대비 기부금' 등의 지표로 기업들이 사회 문제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볼 수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200대 기업 가운데 79개사(2023년 기준) 가 가입했다. 그중 건설·조선업종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HD현대건설기계 등 6곳이 UNGC에 가입했다. 

UNGC는 기업이 유엔글로벌콤팩트의 핵심 가치인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분야의 10대 원칙을 기업의 운영과 경영전략에 내재화시켜 지속가능성과 기업시민의식 향상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2022년 매출액 대비 기부금'은 기업이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건설·조선업계는 200대 기업 평균(0.09%)보다 낮은 0.024%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GS건설 △DL이앤씨 △현대중공업 등 5개사는 0%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삼성엔지니어링의 천안 환경에너지 사업소,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 각 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삼성엔지니어링의 천안 환경에너지 사업소,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 각 사 제공. 

◆ 다단계 하청 구조 팽배..."5명 중 1명은 비정규직" 

임직원에게 양질의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ESG 경영을 하는 기업들의 필수 덕목이다. 건설·조선업계의 경우 직원들의 근속 연수는 다소 긴 편이었지만, 연봉은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다단계 하청 구조가 빈번한 업계 특성상 비정규직 고용률이 높아, 근로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업계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2022년 기준)는 12.75년으로, 전체 평균(9.15년)보다 높았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평균 19년으로, 200대 기업들 가운데에서도 긴 편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평균 3년으로, 업계에서 가장 짧았다. 

다만 평균 연봉(2022년 기준)은 9378만800원으로, 전체 평균(1억707만6000원)보다 낮았다. 가장 낮은 기업은 평균 7300만원인 한화오션이다. 반면 가장 높은 기업은 평균 1억2500만원인 삼성물산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임직원 보수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등기임원/직원 보수(2022년)'는 15.4배 차로, 전체 평균(13.1배)을 살짝 웃돌았다. 가장 격차가 큰 기업은 GS건설로, 46배 차이가 났다. 이는 200대 기업들 가운데에서도 큰 격차였다. 그밖에 삼성엔지니어링(35.6배) 도 200대 기업 순위에서 하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현대미포조선은 3.3배로, 업계뿐만 아니라 200대 기업 내에서도 작은 격차를 보였다. 

'2022년 비정규직 고용률'은 19.18%로, 전체 평균(7.05%)의 두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기업은 38.9%인 DL이앤씨다. 그외 △대우건설(37.1%) △현대건설(35.6%) 등도 직원의 3분의 1수준이 비정규직이었다. 반면 현대미포조선은 2.1%로 업계 내에서 가장 낮았다. 

업계 '장애인 고용률(2022년)'은 1.93%로, 전체 평균(1.89%)보다 높았다. 특히 건설·조선업계 12개사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장애인 고용률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한화오션이 4%로 가장 높은 고용률을 자랑했다. 반면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 2개사는 각각 0.9%로, 가장 낮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현대미포조선의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HD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삼성중공업의 코랄 술, HD현대건설기계의 50톤 굴착기, 한화오션의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 각 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현대미포조선의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HD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삼성중공업의 코랄 술, HD현대건설기계의 50톤 굴착기, 한화오션의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 각 사 제공. 

◆ '수평적 지배구조' 마련한 건설·조선업계...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은 ESG委 설치 안해

200대 기업의 '사외이사 비율(2022년)'은 55.2%다. 건설·조선업종은 평균 60.9%로 다소 높았다. 대우건설은 83.3%로, 200대 기업들 사이에서도 높은 편에 속했다.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두산에너빌리티(50%)도 사외이사가 이사회 절반을 차지하면서 수평적 지배구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최대주주지분비율'의 경우 통상 20~40%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건설·조선업종에서 최대 주주지분 비율이 40%를 초과한 기업은 △HD현대건설기계(108.5%) △HD현대중공업(78%) 대우건설(50.8%) 등 3개사다. 

또한 200대 기업들 64.5%는 ESG위원해를 설치·운영 중이다. 건설·조선업계에서는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한화오션 △GS건설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현대미포조선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등 10개사다. 반면 두산에빌리티와 대우건설 등 2곳은 ESG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 ESG경영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와 '전자투표 도입' '주주총회 집중일 회피' 등은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요구되는 사항이다. 200대 기업 가운데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2023년)를 한 기업은 80개사, '전자투표 도입'(2023년)은 179개사, '주주총회 집중일 회피'(2023년)한 기업은 161개사로 확인됐다. 

건설·조선업종에서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대우건설 등 3개사를 제외한 9개사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를 하고 있다. 전자투표는 한화오션을 제외한 11곳이 도입, 시행 중이다.

주총 집중일에 개최한 기업은 GS건설뿐이다. 상장사들이 주총을 같은 날 개최하면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건설·조선업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ESG행복경제연구소. 
국내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건설·조선업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ESG행복경제연구소.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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