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10 벤쿠버동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회들이다. 한국은 2010 벤쿠버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에 오르며 동계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못 했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3개(이상화·모태범·이승훈)를 따냈다. 김연아(은퇴)는 역대 최고점(228.56점)으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하며 '피겨 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2018 평창 대회에선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해 종합 7위에 올랐다. 총 17개의 메달을 수확해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기록을 세웠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의존하던 메달 레이스가 다채로워졌다는 게 큰 수확이었다. 빙상 종목 외에도 썰매, 설상, 컬링에서 값진 메달이 쏟아졌다.
동계 스포츠 강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던 한국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뒷걸음질쳤다. 빙상 종목 의존도가 다시 커지면서 '메달 종목 다변화'라는 과제를 되새겼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 등 총 9개의 메달을 마크했다. 메달 수는 2018 평창 대회보다 절반으로 줄었지만, 2014 소치 대회(8개)보다는 많다. 대회 전 대한체육회 금메달 1~2개, 종합 15위권 달성을 목표를 내걸었던 걸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효자종목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이 선전한 덕분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최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따냈다. 대회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며 저력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쇼트트랙의 전망을 밝지 않았다. 쇼트트랙계 내홍으로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최민정(24·성남시청)과 함께 여자 대표팀 쌍두마차로 활약했던 심석희(25·서울시청)가 동료 험담 파문으로 대표팀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대표 선발전 3위에 오른 김지유(23·경기 일반)는 부상 여파로 출전이 불발됐다. 남자 대표팀 2018 평창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6·중국명 린샤오쥔)은 중국으로 귀화했다.
대회 초반에는 중국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남자 1000m에서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가 ‘늦은 레인 변경’이란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한국 선수들은 편파판정 논란으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분위기를 바꾼 건 남녀 대표팀의 ‘에이스’ 황대헌과 최민정이었다. 황대헌이 9일 남자 1500m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은 16일 여자 1500m 결선에서 2분17초789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단체전에서도 힘을 냈다. 남녀 대표팀은 계주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서 2위로 골인하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시상대에 올랐다. 여자 대표팀은 3000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며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금메달에 이어 3대회 연속 계주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금메달은 없지만,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선전했다. 평창올림픽 때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빙속 괴물' 김민석(23·성남시청)은 이번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1500m에서 쾌거를 일궈냈다. 남자 단거리 간판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평창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19일에는 남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값진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이승훈(34·IHQ)은 혼신의 레이스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다만 메달 획득 종목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편중된 건 짚고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썰매와 설상 종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노 메달'에 그쳤다.
2018 평창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아시아 최초로 썰매 금메달을 따냈던 '아이언맨' 윤성빈(28·강원도청)은 25명 중 12위로 대회를 씁쓸하게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전 감각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대회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이상호(27·하이원 스포츠단)도 고배를 마셨다. 평창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 한국 스키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역사를 썼던 그는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평행대회전 준준결승에서 빅 와일드(36·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0.01초 차로 패하며 5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4년 전 평창에서 '컬링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은 예선에서 4승 5패를 마크해 준결승 티켓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최종 8위에 그쳤다.
한국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외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건 2006 토리노 대회 이후 처음이다. 특정 종목 메달 쏠림 현상은 절대 좋지 않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톱10'에 재진입 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 세대 교체 등으로 썰매, 설상 종목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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